[디즈니플러스 추천작] 홈랜드 시즌1~시즌3
블로거들의 추천 미드 목록에서 ‘홈랜드’를 자주 봤는데, 막상 넷플릭스에는 시즌8 밖에 없어서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디즈니플러스에서 홈랜드의 모든 시즌을 발견! 아내와 나의 홈랜드 홀릭이 시작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홈랜드는 2012년 에미상(Emmy Award)에서 최우수드라마,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고 2013년 골든글러브에서도 TV드라마 부문에서 최우수드라마,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당대 최고 작품이었다.
드라마는 미국 정보기관인 CIA와 이슬람 테러 집단 간의 대결 구도 안에서 벌어지는 첩보 스릴러물이다. 이라크 전쟁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던 미 해병대 ‘브로디’ 하사가 8년간의 포로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귀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테러를 감행하려는 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자들 간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은 드라마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사실 홈랜드의 진짜 매력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긴장,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디테일한 심리와 감정 묘사는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 속 세계관에 완전히 빠져들게 한다.
천재적 감각과 병적인 집착을 지닌 CIA 요원 ‘캐리’와 전쟁포로에서 국가의 영웅이 된 ‘브로디’의 캐미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보통의 인간은 경험할 수 없는 사건을 둘러싼 격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켜보다 보면 인물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저절로 생겨난다. 시즌3가 끝나고 난 후엔 그 공허한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울 정도였다.
홈랜드는 ‘조국’이란 뜻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조국이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일하고 헌신한다. 대의(大義)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삶이다. 캐리와 브로디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종교는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개인의 삶을 철저히 파괴시켰다. 특히 브로디의 여정은 국가와 종교의 대립과 갈등이 낳은 비극이다.
개개인의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오히려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아이러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국가가 무슨 소용인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언제나 정당한가? 어느 누구에게도 국가는 ‘Home’처럼 편안한 존재는 아니다.
가볍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킬링 타임용 콘텐츠를 찾는다면 홈랜드를 추천하지 않는다. 인물들이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상황과 그들의 격정적인 감정에 빠져드는 것이 때로는 힘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랜드는 최근 본 미드 중 단연 압도적인 몰입감과 무게감을 가진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인생 드라마' 리스트에 오를 것이다. 주인공인 캐리와 브로디의 삶이 여러분의 인생 깊숙이 파고들어 갈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