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해서 말하지 않으면 몰라
[넷플릭스 추천작] 그 해 우리는
이런 풋풋한 사랑 이야기의 드라마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 같은 아저씨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인데 상처 입은 캐릭터들의 조합이 그려내는 몽글몽글 감성 가득한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아직도 내게 이런 감성이 있었던가.
출처: sbs.co.kr휴머니즘 드라마?
고등학생 시절 방송 촬영을 함께 했던 인연에서 연인이 되었지만, 결국 헤어지게 된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가 다시 만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둘은 10년 전처럼 카메라 앞에 다시 서게 되고 서로가 몰랐던 진짜 속마음을 발견해 가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에겐 휴머니즘 드라마였다. <그 해 우리는>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작가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연민이 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상처 없이 살아가는 이가 어디 있을까?
버려지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최웅),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국연수), 부모 사랑의 결핍(최지웅)이라는 상처는 삶의 관계를 맺는데 장애가 된다.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회에서 낙오될 것 같은 공포,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출처: sbs.co.kr
고백이 필요해
그럼 이 관계의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난 최웅이 국연수에게 던진 아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계속 말해줘. 멍청해서 말하지 않으면 몰라
우리를 혼자이게 하는 것은 소통의 부재다. 나의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며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 마찬가지로 상대의 욕구를 듣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막혔던 관계의 물길이 뚫린다. 말하지 않으면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고, 서로를 채워주지 못하는 관계는 계속 이어지기 힘들다.
드라마 속에서는 주인공들의 자기 고백이 관계를 회복시킨다. 버리지 말아 달라는(최웅),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국연수), 다시 시작해보자는(최지웅) 고백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질 수 있도록 돕는다.
출처: sbs.co.kr이 작품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외롭고 두려운 인간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나같은 아저씨도 이야기에 푹 빠졌던 게 아닐까. 소통보다 성과를 요구받는 아저씨들은 늘 외롭고 두렵거든.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연인과 친구 사이에서도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고백해야 한다. 나의 두려움과 욕구를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을 때 안전하고 행복한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계속 말하라.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 모두가 멍청하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