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우리가 교회에 나가게 된 숨겨진 이유
사람들이 교회에 나가게 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 첫째, 부모님이 교회 다녀서. 이른바 ‘모태신앙’이지. 둘째, 친구나 가족의 전도를 받아서. 셋째, 자발적으로. 삶이 너무 힘들다거나 ‘신’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거나, 미디어를 통해 관심이 생겼다거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기타 경로로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 교회 출석을 조건으로 결혼하게 되었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지. (우리 매형처럼!)
요즘 세대들은 다르겠지만, 라떼만 해도 학생 시절 교회 가자고 꼬시는 친구들이 꽤 있었어. 8-90년대 교회는 문화적으로 ‘간지’ 있는 커뮤니티였기 때문에 청소년, 청년들이 대거 유입되었지. 특히, 음악과 공연 분야에 있어서는 교회가 선도적이었고 '문학의 밤'과 같은 문화행사도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했을 때니까. 무엇보다 교회는 중고등학교 시절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지. '교회오빠, 교회누나' 때문에 나온 아이들도 적지 않았어.
나의 경우는 모태신앙이야. 부모님께 혼나기 싫어서 갔고, 성인이 되면 안 갈 거라고 다짐하며 교회에 나갔어. 그래도 막상 교회에 가면 (이성) 친구도 만나고 멋진 형, 누나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게 좋았어. 어쩔 수 없이 나간 교회지만, 나름의 재미와 동기도 분명히 있었던 거지.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럼,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교회에 나가게 되었을까? 할아버지, 할머니도 예수를 믿는 분들이셨어. 그러니까 부모님도 ‘부모님에게 전도된 것’이지. 그런데 할아버지 세대만 해도 일제시대를 살았던 분들이고 예수를 믿는 일이 고난이던 시절이었어. 조선의 유교 문화를 거스르는 데다, 일왕을 숭배해야 했던 시기니까. 그럼에도 교회 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분들 때문에 부모님도 나도 교회에 발을 들이게 된 거야.
교회에 나가게 된 계기를 꼬리를 물고 따라가다 보면 결국 어디까지 이어질까? 처음 교회를 세우고 전도를 시작한 예수의 제자들까지 만나지 않을까. 중동의 어디쯤에서 시작된 신앙 운동이 이천 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도 교회를 세웠어. 그리고 많은 성도들이 죽음과 고난을 무릅쓰며 예배를 드리고 전도를 했으며 그 영향이 나에게까지 이어졌어. 겉으로는 부모님 때문에, 친구 때문에 교회 나갔을지 모르지만 실은 생각보다 웅장하고 비장한 스토리가 그 뒤에 배경으로 깔려 있는거야. 물론,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스토리를 찾기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