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길을 잃지 않게 해 줘서 고마워

by 소원상자


어릴 때 나는 자주 길을 잃을 뻔했다.
세상은 너무 넓었고
골목은 비슷하게 생겼으며
사람들은 늘 바쁘게 지나갔다.

그래도 이상하게
나는 끝내 길을 잃은 적이 없었다.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앞에서 걷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날에는 내 뒤에서 천천히 따라왔고
어떤 날에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내가 잘 걷고 있는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혼자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엄마는 늘 거기 있었다.


내가 망설이던 골목 모퉁이에서
멈춰 서 있던 횡단보도 앞에서
낯선 길 위에서 괜히 울음이 나려던 날에도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내가 다시 걸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시간이 지나
나는 더 먼 길을 걷게 되었다.

낯선 도시를 지나기도 하고
처음 겪는 날들을 건너가기도 한다.

가끔은 길을 잘못 들어
잠깐 멈춰 서 있기도 한다.

그럴 때 문득 생각한다.
나는 완전히 길을 잃어 본 적이 없다.

건널목 앞에서는
괜히 한 번 더 좌우를 살피게 되고
사람을 쉽게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어디선가 떠오르기도 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걸어야 한다는 것도
몸이 먼저 기억한다.

엄마는 내게
길을 가르쳐 준 적은 없다.

다만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살아가는 모습으로
조용히 보여 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길을 찾아
천천히 걷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의 어딘가에는
아직도 엄마가

조금 뒤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엄마, 길을 잃지 않게 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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