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의 몫

선생님, 존경합니다

by 소원상자

고등학교 시절,
우리 국어 선생님은 가끔 분필을 내려놓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수입의 10퍼센트는 책을 사는 데 써라.”

교실 뒤 창문으로 오후 햇빛이 천천히 기울어 오던 살짝 졸린 시간이었다.
우리는 아직 ‘수입’이라는 말을 자기 일처럼 느끼기에는 어린 나이였다.
그래도 그 말씀은 이상하게 교실 공기 속에 오래 남았다.

그때 나는 책을 많이 사는 학생은 아니었다.
동네 책대여점에서 빌려 보거나 도서관 책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책값은 늘 조금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도 책을 좋아해 서점에 가면
빽빽하고 가지런히 꽂힌 서가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말없이 서 있는 책들을 보고 있으면
누군가 나무를 심어 놓은 작은 숲에 들어온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자
그날 교실에서 들었던 말씀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수입의 10퍼센트라는 말은
돈의 계산이라기보다
마음이 머무는 자리의 크기와 닮아 있다.

세상은 늘 바쁘고
지갑은 자주 얇아지지만,
그 와중에도 책 한 권을 사는 일은
자기 마음에 작은 의자를 하나 놓는 일과 닮아 있다.

거기에 잠깐 앉아
마음을 잠시 쉬게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 보는 시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한 달에 한 번쯤 책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서점 봉투 속에서 종이 냄새가 새어 나오면
괜히 마음이 조금 든든해진다.

어쩌면 그 기쁨은
오래전 교실에서 들었던 그 말씀에서
조금씩 자라난 것인지도 모른다.

“수입의 10퍼센트는 책을 사는 데 써라.”

그 말씀은 지금도
어디에 마음을 쓰며 살아야 하는지
가만히 방향을 가리킨다.

책은 배를 채우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해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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