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치 혀

by 소원상자

입속에
짧은 짐승 한 마리
살보다 먼저 움직이고
생각보다 먼저 뛰어내린다

이빨 사이
빛 한 줄
누군가의 하루가
가늘게 찢어진다

혀는 뼈가 없어
기울기만으로
왼쪽이면 농담
오른쪽이면 흉터

같은 근육
다른 상처

침이 고이는 동안
문장은 발효되고
말은 시간을 부풀린다

나는 방금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잘게 씹어
어둠 쪽으로 삼켰다

목 아래
조용한 파열

식탁 위
숟가락이
금속의 기억으로 떤다

세 치
그 길이로
관계 하나 접히고
계절 하나 뒤집힌다

혀끝에서
사람이 가벼워진다
이름이 떨어지고
눈빛이 식고

웃음은
반 박자 늦게 도착한다

입을 다문 뒤에야
알게 되는 무게

짧아서
멀리 가는 것

세 치

그 얇은 길 위에서
우리는
심장을 스치며
지나가기도 하지만

가끔은
다시 돌아와
같은 자리에서
이름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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