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
한 켤레의 발이 놓여 있었다
비를 맞아도
눈을 덮어도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의 자리
아빠는 그것을
코리안 슈즈라고 불렀다
세계지도에 없는 나라의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이라고
전쟁의 흙과
보릿고개의 돌과
장날의 소음을
밑창에 묻힌 채
고무신은
입구가 넓은 집 같아서
뒤꿈치가 닳을수록
문턱이 낮아지고
앞코의 흙은
살림이 흘린 모래 같았다
밥 짓는 김과
닭 울음과
먼지 낀 햇빛이
신발 속으로 들어갔다
저녁이면
마루에 가지런히 놓였고
속에는
발 모양으로 눌린 빈자리와
식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
비 오는 날이면
문 앞 공기가 먼저 젖어 있고
흰 고무신 한 켤레가
집 쪽을 향해 서 있다
발이 없어도
방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집은 사람이 아니라
돌아오는 쪽에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