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심이 이타심에게 2

by 소원상자

저녁 내내 내린 비가
보도블록 틈마다 남아
가로등 아래만
늦게 말라 가고 있었다.


이타심이 이타심에게 물었다.


― 너는 왜
자꾸 자기 것을
남에게 건네주느냐.


이타심이 잠시
빗물이 고이는 곳을 보다가 말했다.


― 주는 것이 아니라
넘쳐서
흘러가는 것이다.


조금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 비가
어느 지붕을 골라
내리는 것이 아니듯이.


이타심이 고개를 까닥이며 물었다.


― 그래도 사람들은
너 때문에
자주 비어 있지 않느냐.


이타심이 웃었다.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앉았다 간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잠시 바람이 불어
우산 하나가 뒤집혔다.


― 그러다 아무도
돌려주지 않으면
어쩌느냐.


― 돌려받으려고
내어 준 적이 없다.


가로등 아래 웅크린 그림자를 보며
덧붙였다.


― 다만
비 맞는 자리 하나가
더 생긴 것처럼
보였으면 했다.


비가 잦아들었다.


― 그래도 너는
사람에게
계속 남아 있겠느냐.


―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아 있는 쪽이다.
사람이
자기 손을
주머니 밖으로 꺼내는 동안
나는 늘
그 손에서
다른 손으로
건너가고 있다.


페인트가 벗겨진 벤치 위
낡은 장갑 한 짝을 보며
이타심이 다시 말했다.


― 사람들은
고맙다고 하더냐.


― 누가 놓고 갔는지
모르는 얼굴로 가져간다.
그 편이 덜 번거롭다.


― 남는 것은 없느냐.


― 펴졌던 자리만 남는다.
주먹을 쥐면
거기만 조금 늦게 접힌다.


― 억울하지는 않으냐.


― 억울함은
돌려받을 생각이 있을 때 생긴다.
나는
어디에 두었는지
금방 잊는다.


― 그러다 아무도 모르면?


― 괜찮다.
처음부터
알아보라고 둔 것이 아니다.


밤이 깊어지자
장갑 안에 남아 있던 열이
아직 식지 못한 채
빈 손 하나가
들어와도 좋을 자리처럼
가만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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