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가지 끝이
밤새 무언가를 밀어 올린 듯
눈에 띄지 않게 두툼해진다
새 한 마리 내려앉은 자리처럼
잠깐 흔들리다가
곧 제 무게를 기억한다
껍질 틈에 고였던 물이
낮 동안 부풀었다 줄기를 반복하며
속에서 바깥을 밀어낸다
손톱만 한 봉오리 하나가
단단한 껍질을 밀고 서서
나무의 체온을 밖으로 내민다
햇빛은 아직 차가워
살을 데우기보다
겉을 얇게 벗겨 낸다
그 아래
덜 마른 색이
젖은 숨처럼 번진다
바람이 스치자
다문 입술 같은 껍질이 갈라지고
접혀 있던 살 한 겹이 펼쳐진다
벌 한 마리 부딪혀
가지를 크게 흔들어 놓고 가면
막 열린 것들이
잠시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가지 끝마다
서로 다른 속도로 벌어지는 것들이
기울어진 채 매달려
나무의 윤곽을 바꾼다
먼저 열린 것은
가장자리가 벌써 닳기 시작하고
늦은 것은
여전히 단단한 주름을 쥔 채
틈만 보인다
땅 위에는
아직 떨어진 것이 없는데도
축축한 흙에서
이미 한 번 지나간 계절의 냄새가 난다
어떤 것은 먼저 터져
젖은 종이처럼 늘어지고
어떤 것은 끝내 버티다
늦은 빛 속에서야 풀린다
나무는 그 자리에 서서
속을 조금 덜어낸 대신
빛을 받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