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까.
선생님,
이 말은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웃음의 모양으로 흘렀을 뿐
오래 식지 않던 질문이었습니다.
“극단적인 장기생존자.”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정확한 말도 없었습니다.
크게 잃은 것도,
크게 얻은 것도 없었습니다.
망가진 채로도 아니고
멀쩡해진 적도 없었습니다.
금이 간 채
다음 날로 넘어왔습니다.
포기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강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상하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입시에서,
관계에서,
기대 속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도.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아직 괜찮잖아.”
요즘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유예처럼 들립니다.
아직 괜찮다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묻습니다.
선생님,
저도 장기생존자인가요?
대단히 잘된 적은 없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는 사람.
끝났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미 다음 장에 와 있는 사람.
삶은 저를
앞에 세우지도 않지만
뒤로 밀어내지도 않습니다.
늘 애매한 자리에서
“이번에도 통과.”
하고 밀어 넣습니다.
눈에 띄게 빛나지는 않지만
쉽게 꺼지지도 않습니다.
희망을 잘 믿지 못하면서도
절망에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기 앉아
이 문장을 쓰고 있으니까요.
살아남는 일에도
부피가 있습니다.
빠른 사람보다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 곁에
삶은 더 오래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끝까지.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직 살아 있는 이야기죠?
어디선가
대답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아직 더 좋아질 장면이 남아 있는,
끈질기지만 따뜻한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