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닿는 방식

by 소원상자

정원에서
꽃이 먼저 물었다.


- 너는 왜
아무도 돌보지 않는데도 피니.


들꽃은
바람이 한 번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대답했다.


- 없었던 건 아니야.
다만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이지.


꽃은
자기 줄기를 붙들고 있는
지지대를 한 번 바라보았다.


- 나는
누군가의 손을 기억해.


들꽃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나도.
바람의 손,
비의 손,
밤의 손,
그리고 가끔은
지나가던 발걸음이 남긴
잠깐의 그늘.


잠시
말이 비었다.


정원의 흙은 부드러웠고
길가의 흙은 단단했다.


꽃이 다시 물었다.


- 우리는
다르게 사는 걸까.


들꽃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 아니.
닿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야.


꽃은
처음 듣는 말처럼
향기를 늦게 흔들었다.


- 외롭지 않니.


들꽃은
멀리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말했다.


- 외로움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본 쪽이
더 잘 알지 않을까.


바람이 세게 불자
정원의 꽃잎 몇 장이 떨어졌고
들꽃은 몸을 낮췄다.


꽃이 놀란 듯 물었다.


- 너는 왜
쓰러지지 않니.


- 쓰러질 자리가 없거든.


해가 기울고
정원의 문이 닫혔다.
사람들은 돌아가고
물 주는 호스도 말렸다.


길가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둠이 내려오자
둘의 색은
서서히 구분되지 않았다.


꽃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내일도 필 수 있을까.


들꽃은 잠시
고개를 들었다.


- 잘 모르겠어.
하지만
오늘은 피어 있고
해는 또 오잖아


바람이 스치며
두 꽃의 꽃잎이 잠깐 닿았다.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 다
조금 더 따뜻해졌다.


밤이 깊어지자
향기만 남았다.


이름도 자리도 없이
서로를 알아보는
아주 작은 방식으로.


그리고 어딘가에서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이
천천히
몸을 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이번에도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