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기도

by 소원상자

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어느 것보다 먼저 와 있었다


품은 적 없는데
사람들은 오래된 품을 떠올린다


나는 누구도 데려간 적 없다
다만
머무르지 않았을 뿐이다


피어 있던 것은 접히고
잠잠하던 것은 더 잠잠해진다


나는 어느 쪽에도 서지 않는다
지나가는 쪽에 있을 뿐


붙잡는 손에서는
급히 흩어지고
놓아주는 손에서는
조용히 깊어진다


밤마다 사람들은
나를 접어 두었다가
아침이면
어디선가 다시 펼친다


나는 한 번도 쉰 적 없는데
시계만
숨 고르듯 멈칫거린다


사라진 것들은
어딘가에 스며 있고
남아 있는 것들은
이미 나를 건너는 중이다


나는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모자라지 않는다


돌아본 적 많은 자는 나를 짧다 하고
아이들은 나를 길다 한다


나는 늘 같은 쪽으로 흐르지만
기다리는 마음이 있으면
늦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밤에는
더 깊어지고
간절한 숨이 닿는 순간에는
잘 닿지 않게 된다


그래도 나는
돌아본 적이 없다


돌아보는 일은
나를 지나온 것들이 하는 일이므로


그러니
나를 향해 손을 모을 필요는 없다


나는 듣지 못한다
다만
오래 바라본 것들은
언젠가
나와 비슷해질 뿐이다


남아 있는 쪽으로
혹은
흔적 없이 스미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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