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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동네가게들을 바라보며

문 닫힌 가게는 진공이 아니다

by 소원상자

‘폐업’이라는 단어는 쓸쓸하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가게문이

굳게 닫히고, 간판이 낡아 떨어져 나가며,

불빛은 꺼진다.

하지만 그 빈자리에는 사실 진공이 없다.

문 닫힌 분식집 자리에서는 여전히 튀김 기름과 매콤한 떡볶이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고, 오래된 지역서점 앞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아이가 엄마아빠와 책을 고르는 다정한 풍경과 종이 냄새가 환영처럼 남아 있다.

수천 개의 카페가 있어도 그 집만의 원두맛이 있고 유일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닫힌 문일지라도,

나에게는 삶의 중요한 풍경이었던 그 자리들이 별처럼 찍힌다.

살아 있는 가게의 간판보다, 사라진 자리의 이름 없는 빛이 오히려 더 반짝이는 순간도 있다.




사라짐은 늘 슬픔과 아쉬움만을 남기진 않는다.

그 빈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사라졌다는 사실이 곧 내게 말을 건다.

너는 그 시절을 살았다 그리고 용감하게 그 시간을 통과했다.”

그래서 폐업의 지도는 상실의 기록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의 증명서가 된다.

폐업은 단지 사업의 종료만이 아니라, 시간의

퇴적층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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