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하나뿐인 오렌지 껍질 반지를 끼고
나는 아무도 밀치지 않았는데
세상은 먼저 내 손을 붓게 했다
아직 울지도 않았는데
살보다 앞서 마음이 부어오른다
잡지도 못한 것들이 밤마다 손끝에서 울었다
사라진 말들, 끝내 건네지 못한 안부들
생손은 다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오래 아팠다
상처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도 불어주지 않았다
네 이름을 부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문 자리마다
하얀 통증이 돋는다
이건 상처도 아니다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그리움의 병
잡을 수 없는 것을 너무 오래 잡고 있었던 죄
어른이 되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
하지만 생손앓이는 나이를 먹지 않고 그대로이다
다만 더 조용해질 뿐
나는 그 손으로 하루를 들고 침묵을 건넸다
악수하지 못한 마음들이 손바닥에 굳은살처럼
남아 계절을 바꿔도 통증만은 제철이었다
그래도 이 손은 아직 무언가를 쓰려한다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문장 하나 조심히
얹어보려 한다
생손앓이란 부서지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아픔이 있다는 건 아직 감각이 살아 있다는 뜻
아직 사랑의 방향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
생손앓이여,
차라리 오래 남아라
너는 내가 텅 빈 사람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