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도 길이었다
아스팔트가 끝나는 자리에서
길은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낸다
곧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돌멩이들은 저마다
자유로운 각도로 누워
발목을 가볍게 붙든다
자갈은 삐걱이며
발밑에서 사연을 풀어놓고
먼지는 구름처럼 일었다
천천히 가라앉는다
곧게 가지 못한 날들이
이 길을 만들었다는 듯
바퀴는 흔들리고
마음은 속도를 늦춘다
속도를 내려놓자
풍경이 먼저 말을 건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나무 하나가
여기까지도 길이었다는 얼굴로
말없이 길가에 서 있다
발목에 남은 상처를
굳이 숨기지 않아도
길은 끊어지지 않는다
우회는 실패가 아니라
흔들림을 배우는 수업임을
돌멩이는 하나씩, 하나씩
발바닥으로 가르친다
해 질 녘 나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도착보다 방향을 믿는다
비포장, 생각보다 단단한
내일의 감촉 위를
천천히 밟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