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육지를 멈추게 하는 선
바다는 늘 움직인다.
마치 멈추는 법을 잊은 것처럼.
육지는 그 앞에서 잠시 멈춘다.
서로를 향해 달려오다
끝내 닿지 않기로
오래전에 합의한 듯.
그 선은 늘 조용하다.
소리를 낼 수 있는데도
침묵을 택한 것처럼,
파도와 발자국이
나란히 멈추는 자리.
여기서는 무엇도
완전히 내 것이 아니다.
물은 물대로 돌아가고
땅은 땅대로 버틴다.
그 사이, 선 하나가
욕심을 접고 속도를 낮춘다.
나는 그 선 위에
서 본 적이 있다.
앞으로 가면 젖고
뒤로 가면 마른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아서
머무는 선택이
가장 어려웠다.
모래 위의 경계는
법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며,
울타리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지켜보겠다는 태도가
겹쳐진 흔적 같다.
바다는 힘이 세다.
그러나 그 앞에서는
스스로를 접는다.
육지는 넓다.
그러나 그 앞에서는
걸음을 늦춘다.
바다는 육지를 멈추게 하고
육지는 바다를 안심시킨다.
막아서지 않기 위해
멈추는 쪽을 선택했을 뿐.
사람의 마음에도 이런 선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말이 분노로 밀려올 때
한 박자 늦추게 하는 선,
욕심이 방향을 잃을 때
발걸음을 붙드는 선.
넘지 않아야
외려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
넘지 않아도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파도는 반복해서 가르친다.
해 질 무렵
그 선은 잠시 흐려진다.
어둠 속에서는
경계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침이 오면
선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밤새 무너진 것들을 정리하듯
세상은 늘 멈춤의 자리를 복구한다.
바다와 육지를 멈추게 하는 선은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남아 있기 위한
방식이다.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나에게도 그런 선이 있었는지,
혹은 너무 쉽게
넘어서고 있지는 않았는지.
무너지지 않고 조금 더 오래
나 자신으로 남기 위해
오늘은 한 번쯤
그 선에 서 있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