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춧돌

by 소원상자

집은 벽으로 기억되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돌 한 장 위에 선다.


완성된 뒤에야 이름을 얻는 집처럼
삶에도 먼저 놓이는 것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묻히는 돌 한 장.
아무도 그것을 보러 오지 않는다.


사진에도 남지 않고
축하의 말속에도 끼지 못한 채
무게를 견디기 위해 놓일 뿐이다.


사람들도 그렇다.
박수받는 순간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동안 버텨진 시간들이
삶 아래에 남는다.


비가 오래 내리고
바람이 거세질수록
사람들은 지붕과 벽을 고치지만
정작 집을 붙잡고 있는 것은
땅속에 묻힌 돌 한 장이다.


그 돌은 말이 없다.
공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무게를 견딘다.


누군가의 가족을,
누군가의 꿈을,
누군가의 하루를.


삶 또한 그렇다.
잘한 것도 아니고
용감해서도, 단단해서도 아니다.
그저 포기하지 못해
다음 날로 넘어가던 시간들.
아무도 몰라줘도
무너지지 않으려 넘긴 밤들.
아무 일도 아니었던 날들이
삶 아래 그대로 쌓여 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도
아마 그런 돌들 위일 것이다.


기억조차 희미해진 노력들,
별일 아닌 듯 지나온 선택들,
말없이 버텨온 날들.
집은 완성될 때 박수를 받지만
주춧돌은 놓일 때 아무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제자리에 남아 있다.


언젠가 스스로를 보잘것없다 느낄 때
이런 말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지금의 우리는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주춧돌 위에 서 있다.


오래 남는 것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이 빠진 뚝배기 화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