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시(亂視)

by 소원상자

초승의 칼날이 번지던 저녁
한 점 등불도 둘로 흔들리던 창가에 앉아
나는 세상을 온전히 보지 못하는 눈으로
오히려 더 많은 그림자를 읽는다




곧은 기둥도 물결처럼 흐트러지고
한 사람의 얼굴 위에 겹쳐 피는 또 다른 슬픔
현실은 늘 곧은 선을 요구하지만
삶은 본디 어긋난 결 위에 서 있다




수묵의 안갯속 먼 봉우리 또한
스스로를 흐림 속에 숨겨 두었듯
선명함만이 진실이라 말하는 세상에
나는 일부러 흐릿함을 남겨 둔다




별 하나가 둘로 갈라져
밤하늘을 두 번 밝히는 동안
아물었다 믿던 자리에서
마음은 다시 자라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어긋난 초점의 틈에서
나는 그제야 헤아리게 된다




선명함이 아름다움의 전부가 아니며
겹쳐 보이는 세계 속에
더 깊은 결이 숨어 있음을




오늘도 달빛은 조금 흔들리고
어긋난 선들 사이로
뜻밖의 아름다움이
조용히 제 자리를 찾아
나는 나의 눈으로 세계를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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