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여구

by 소원상자

비단 혀끝에 매달린 말들은
달빛을 입고 처마 끝을 건너간다




꽃보다 먼저 피어나는 칭송과
향기보다 오래 남는 수식이
빈 술잔 위를 떠돌 때
나는 묻는다




말이 꽃을 꾸미는가
꽃이 말을 잠시 멈추게 하는가




밤을 채우는 천 개의 비유도
결국 한 번의 진심만 못하고
황금 실로 엮은 문장 또한
새벽이슬 한 방울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말은 화려함을 벗고
진실한 사람의 마음으로 스며든다




장식이 걷힌 자리에서
한 점 숨빛이 시로 피어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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