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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섬 Mar 20. 2021

한 주에 한 책 정도라면

<책에서 한 달 살기>를 읽다가

오랫동안 쓰기를 멈추었다.

어느 순간부터 단어들이 만나 문장을 이룬다는 일이

신기하게만 느껴졌고, 나는 번번이 실패했다. 


읽기도 멈춰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책읽기가 멈춰졌다는 말이 맞겠다.

한권의 책을 가만히 붙잡고 오랜 시간 읽는게 힘겨워졌다. 

아주 조금씩 여러 권의 책을 힘껏 밀고나가다 실패해버리는 나날들, 


오랫동안 읽고 쓰기를 즐겨했고 노력해왔던 나는 

이제 다른 존재가 된걸까.

그럼에도 쉬지 않고 이어져나가는 일상을 

나는 살아가고 있다. 


그때의 내가 그리워?

아니, 모르겠어. 

그냥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에 대응해나가기에도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버려서

다른 생각조차 들지가 않아.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매주 짧게라도

도서관을 서성거렸다 가는걸까. 

나도 모르게 그리워하는걸까.


한 권 한 권 그리움을 더듬듯 책등을 만져나가다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에서 한 달 살기>라, 

한 달 동안 책에만 파묻혀보는 수련같은 걸까.

그런 시간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야.


책은 예상과 달리 

한 달 동안 딱 한권의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였다. 

한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으며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보는 

한 달이라는 시간.


그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 끌어당기는 기분

어쩌면 이 책에 내게 다시 읽기를 돌려줄지도 몰라.

책을 빌려 도서관 옆의 나지막한 산에 올랐다.

낮에는 비가 내렸었고, 비가 그친 후의 숲은 

매혹적인 향기를 내뿜으니까.


벤치는 젖어있기에 그 옆에 서서 책을 꺼내들었다.

아무도 없으니 마스크를 살짝 내려 

맑은 숲의 공기를 듬뿍 마시며 

서문을 읽어나갔다. 


'책은 읽는 동안 즐거우면 된다'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혼자만의 부담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

너무나 사랑해서 책등이 뜯어질 정도로 보고 또보며

소중히 읽었던 어린 시절의 책에 대한 기억들,

그 경험을 다시 만나기 위해 선택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결심과 

살아가는 이야기들. 


서문을 읽었을 뿐인데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차오르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 나는 책읽는게 즐거웠던 소년이었었구나

그저 즐거웠을 뿐이었는데, 

왜 책이란게 의무와 강박과 질투와 가식 등으로 변해버렸던 걸까.

글쓰는 것도 내게 즐거우면 되는 거였는데,

뭘 더 얹으려고 부담감만 키우다 내던져버렸던 걸까.


이 기쁨을 이어나가고 싶다.

바랄 것 없이 그저 읽는게 즐거워서 하는 책읽기

그리고,

쓰는게 즐겁던 시간들.


하지희 작가는 책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일상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사이사이 책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생활이 이어지면서 그 속에 한권의 책이 머무는 한 달이란 시간들.

그 기록들. 


따라해보고 싶어.

한 달은 너무 긴 시간이니 한 주면 어떨까.

그 첫 책은 이 <책에서 한 달 살기>가 제격이겠지.

그 이야기들이라면 다시 가볍게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읽는다는 기쁨과 여러 생각과 계획들이 어지러이 부딪히는 사이

이마에는 작은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책을 가슴에 품고 산에서 내려와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책을 주문했고,

다음 주 책은 도착할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읽고 또 읽으면서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보자.

낙서도 하고, 메모도 하고, 줄도 긋고, 페이지도 접고.

한 주라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하지희 작가처럼 한달로 늘리면 되지.


그렇게 다시 시작된 읽기와 쓰기(다행일까)

오래 해야 한다는 부담감 따위는 버리고 

무엇보다 즐거우면 된다, 그 마음을 늘 품을 수 있기를.

이 읽기와 쓰기는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도. 


http://aladin.kr/p/vyD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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