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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섬 Jan 13. 2024

태어날 때의 울음을 기억할 것

EBS 연간구독권 할인 중


김선우 시인의 <고쳐 쓰는 묘비> 라는 시는 딱 네 줄로 이뤄져있다.


태어날 때의 울음을 기억할 것

웃음은 울음 뒤에 배우는 것

축하한다 삶의 완성자여

장렬한 사랑의 노동자여


김선우 <고쳐 쓰는 묘비>



강신주 철학자는 이 시를 읽으면서 외친다, 삶은 고통이에요! 이 외침을 시작으로 불교철학의 근본인 '일체 모두가 고통이다'라는 가르침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 강렬한 외침과 싯구는 굉장히 큰 짜릿함을 줬다. 아, 그렇지. 우리는 울면서 태어났었지. 울면서 태어나야 할만큼 이 세상은 괴로운 곳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방황하던 청소년과 청년 시기에는 염세주의로 빠지곤 했는데, 이제는 정반대다. 가끔씩 찾아오는 편안한 상태나 기쁨, 만족 같은 느낌은 희귀한 것이다. 고통으로 이뤄진 이 세상에서 잠깐씩 주어지는 선물같은 것이기에 그 순간을 느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불행할 이유도 없다. 기본세팅이 고통이니까. 하지만 그마저도 자주 잊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되새기기에 이 싯구만한 게 없다. 울음을 기억하고, 웃음을 그 뒤에 배웠다는 걸 떠올리기. 웃음을 복습하기 위해, 고통을 잠시나마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랑에 대한 노동이 필수라는 걸.    


고통과 함께하는 상황 속에서 이런 인식은 큰 위안이 됐다. 호순이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오늘을 또 함께 보낼수 있었다는 걸 감사하게 된다. 털을 쓰다듬는 이 순간은 서로의 고통을 쓰다듬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EBS는 1년에 딱 한번만 구독권 할인 행사를 한다. 이번에는 기간을 한달정도나 줬고, 마감일은 15일(월)까지다.(혹시나 관심있으시면 얼른 신청하세요~) 



강신주의 장자 강연이 시작된 이후 이 할인행사를 기다리고 있었고, 새해가 됐을때 자신에게 선물삼아 구독권을 끊어줬다. 이리저리 구독하는 것들이 계속 쌓이고 있어서 올해는 줄여보겠다는 결심을 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뭐, 더 부지런히 보고 읽고 즐기는 수밖에 없다. 


배경음악처럼 강연을 계속 틀어놓고 있는 한 주를 보내고 있다. 먹고사는데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들려오는 이 무용함이 이상하게도 좋다. 강신주의 첫 강연인 <한 공기의 사랑>을 틀었을때 저 싯구와 외침을 듣고는 계속해서 곱씹고 있다. 내 것이 되기까지 몇 번이고 되새김질을 하며 꼭꼭 씹는 중. 너도 나도 고통 속에 사는 가련한 존재들인데, 나는 네 고통을 완화시켜줄 방법이 없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고 옆에 있어주겠다. 남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가끔 웃음이 찾아올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잠시 고통이 사라진 그 순간에 감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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