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이 되고픈 워킹맘
"딴따따라라.. 딴딴.."
알람 소리에 눈을 비비며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나의 양옆에서 잠든 아이들은 잘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누워 자고 있다. 배를 내놓고 자고 있는 둘째 이불을 덮어주고, 만세를 하고 있는 첫째의 팔을 조심스레 내려준 뒤.. 아이들 볼에 가만히 뽀뽀를 한다.
아이들 먹을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들 가방을 챙긴다.
그 사이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
세수를 시키고, 아침을 먹인다. 못 먹이는 날도 있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아침간식을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애들 옷을 입힌다. 첫째는 많은 부분 스스로 해나가지만, 아직 내 손길이 필요하다. 둘째가 뽀로로가 그려진 겨울원피스를 입겠다고 떼를 쓴다. 겨울은 한참 지나 이제 여름을 향해가고 있다. 더울거라고 얘기해 보았지만, 말 안 듣는 지금, 애를 울릴 수는 없다. 어쩌겠는가. 땀띠 나게 더워보면 다시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고 하지 않겠지. 갈아입을 얇은 옷을 가방에 담고 뽀로로원피스를 입힌다. 벌써 덥다.
나도 출근복으로 갈아입는다. 내가 옷을 가장 마지막에 갈아입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갈아입을 일이 생기지 않는다. 똥손이지만 긴 머리의 첫째 머리를 묶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빠듯하다. 역시 화장은 사치다.
내 가방 포함 세 개의 가방을 들고, 애들 손을 잡고 문밖으로 나선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층마다 멈춘다. 늘 마주치는 이웃분을 만나 언제나처럼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뽀롱뽀롱 뽀로로"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도 한껏 신이 난 둘째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난다. 주차장에 도착해 두 아이를 차에 태운다. 카시트벨트를 단단히 메주고, 나도 운전석에 앉는다.
놓고 온 물건이 없어서 다행이다. 며칠 전 다 준비해 놓고 차키를 두고 주차장에 왔다가 다시 애들을 데리고 올라가 가지고 내려오느라 지각을 하고 말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동안 첫째는 차에서 기다린다. 안전을 위해 같이 내리고 다시 타면 더 좋겠지만 그럴 시간은 없다. 다행히도 첫째는 5분 남짓한 시간을 차 안에서 잘 기다려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입고 있는 옷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둘째와 인사를 하고 뒤돌아 나온다. 다시 첫째 유치원까지 가서 첫째를 내려주고, 첫째와도 인사를 한다. 둘째 옆에 있어서인가. 이제 겨우 만 5세, 여섯 살 첫째는 어른스러워 엄마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 주지만,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이제 차를 돌려 회사를 향해 간다.
나 홀로 차를 운전하며 오가는 10분~15분 남짓한 시간이 내게는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흥얼 불러본다.
출입구 쪽의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다. 좀 걸어야 하지만 얼른 주차를 하고 잰걸음으로 사무실을 향해 간다. 지각이 확실할 때에는 가방을 두고 내린다. 출근했다가 어디 잠깐 다녀온 것처럼.. 팀장님이 알려주신 지각팁이다.
8시 55분 사무실 도착.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고, 차 한잔 가져와 홀짝대며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전화가 온다. 시스템 사용법 문의다. 학과 근무자들이 자주 바뀌니 인수인계가 잘 안돼서 늘 새로운 직원이 오면 우리 팀에서 인수인계를 해주는 기분이다.
10시 회의가 잡혀있다.
교원업적규정이 바뀌어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단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될까.
교원업적규정을 교원들이 만들다 보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경우가 있다. 대학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며 이런 모습을 보면 공부 더해서 교수할 걸 그랬다 싶다.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니 메모가 남겨져 있다. 이번엔 예산시스템 관련이다. 예산집행액 중 인건비가 어느 정도인지 부서별로 보고 싶다는 총장님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시스템은 만들어진 지 10년이 훌쩍 넘은 시스템이라 업무담당자가 디테일하게 자료추출하기가 어렵고, 제공하고 있는 보고서가 제한적이다. 결국 내손을 거쳐 데이터를 추출해서 예산팀에 제공해 주기로 했다. 긴 통화를 마치고, 팀장님께 관련사항을 보고하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학교 주변 상권이 발달되지 않은 산밑의 대학이라 점심 선택지는 넓지 않다. 교직원식당 아니면 학생식당이다. 늦게 가면 그나마도 기다려서 먹어야 하니, 10분쯤 일찍 식당을 향한다. 일찍 점심을 먹고 나서 산책을 하는 시간이 내게는 유일한 운동(?) 시간이다. 비슷비슷한 나이대의 팀원들과 산책하며 얘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 키우는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멀리 있는 역마살남자는 남자직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역마살 남자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고, 나는 나라를 팔아먹은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