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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Feb 20. 2024

나랑 기억으로 살자

소금처럼(2024.02.12. 월)




안녕하세요.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저는 아녜스를 임신하고 나서 13년 직장생활의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Yes! 그래요. 너무너무너무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결혼하자마자 한 달 만에 임신을 했지 뭐예요!! 뱃속에 있는 아녜스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입덧이 말도 못 하게 어마무시했습니다. 진짜 회사를 퇴사하기까지 한 달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 한 달을 수액투혼이라고 부릅니다. ㅠㅠ 전 1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이직을 했지만, 쉰 기간을 합치면 3개월 하고 7일이에요. (아버지가 제가 쉬는 꼴을 못 보심 ㅋㅋㅋ3개월 쉴 때는 본가에 있었는데 엄청 구박받았어요 ㅠㅠself 토닥토닥 ㅋㅋ) 그렇게 직장생활에 쏟았던 에너지가 갈 곳을 잃어버렸으니 어떻게 됐겠어요? 놀 줄 아는 사람이 잘 노는 법! ㅎㅎㅎ 방향을 잃은 에너지가 한동안 방황했습니다. 그리고 방황 끝에 만난 친구가 바로 '식물'입니다. 반려식물이라고 하죠? 화초를 가꾸면서 화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낸 덕에 힘든 육아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동갑내기 친구가 있어요. <소금처럼 님> 필명처럼 정말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아가다님, 애 키우느라 힘들죠?!'

구수한 사투리에 특유의 발랄함. 그 목소리를 떠올리면 '울컥' 눈물이 차오릅니다. 이른 나이에 결혼했던 친구는 먼저 아이를 키운 선배답게 나의 힘듦을 온전히 공감해 주었습니다. 잊힐만하면, 내가 힘들어질만하면, 한 번씩 무심한 듯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는 제가 좋아하는 식물을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주곤 했죠.


화초에게 쏟던 에너지가 아녜스를 향하는 순간, 우리 모녀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가 아녜스에게 향하면서 베란다에 있던 대부분의 화초가 자동(?)으로 정리(말라죽고, 병들어 죽고, 나눔 하고..) 되었고, 현재 베란다엔 제가 정말 아끼는 몇몇 아이(?)들과 소금처럼 님이 주신 수많은 화초 중에 딱 하나가 남아 있지요. 그 화초를 볼 때마다 소금처럼 님이 생각나네요.


처음 소금처럼 님이 하늘에 별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서둘러 떠났나? 나는 그렇게 고마운 친구에게 왜 그렇게 무심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베란다에 있는 화초에 자꾸 눈이 가더라니, 친구가 떠난 지 일주년이 되었어요.  '소금아. 내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내 곁에 머물러 주길 바라'




2023.2.12. 서랍 속 글
나 살아 쉼 쉬는 동안 너는 나에게 계속 질문할 거지?
나랑 기억으로 살자.(2023.2.12. 일)

‘언니. 놀라지 말고 들어요.
소금님이 별이 되었어.’

하아.. 하아.. 하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후회
연락 좀 하고 살걸..

추억
‘아가다님 애 키운다고 바쁘죠?’
반갑고, 정겹고, 유쾌한
사투리 섞인 네 목소리

자책
육아로 힘든 시기
하나의 버팀목이었던 너에게
나는 왜 이리도 무심했을까?

한숨
5초마다 깊게 뿜어지는
한숨소리


사는 것도 바쁘더니
뭐가 그리 바쁘다고
가는 것도 바쁘게 갔니?

괴리
누군가 별이 되면
먹고, 자고, 웃고...
생명력 있게 움직이는 내가.
정상인가 싶어.

너의 질문
어제 네 소식을 듣고
하루 내내 아팠어.
사실 네 소식을 듣기 전부터
몸이 살살 아팠지.

그래서 난
하루 내내 아픈 몸에
화가 났었지.

그때 네가 질문하더라.
‘뭐가 그렇게 다 중요하니?’
몸이 너무 아픈데
넌 하루 내내
질문했어. 나에게..

나 살아 쉼 쉬는 동안
너는 나에게
계속 질문을 할 테지?

2023.2.10일. 토요일
기억.
소금이 별이 된 날.

기억할게.
내 기억과 함께
다시 살자.



2024.2.12. 오늘
소금아
어떻게 지내?
살아생전에
놓지 못한 말을
네가 별이 되고 나서
내려놓네.

난 오늘 베란다에
한참 있었더니
온몸이 으슬으슬 거려

네가 준 화초가
주인이 돌보지 않은
시간 속에서
추운 겨울을 홀로
이겨내느라
애쓰고 있더라.

그 녀석,
무심한 주인에게
매년 꽃을 보여줬는데
올핸 내가 너무 물을
굶겼나 봐.
아님 너무 추웠나?

꽃을 피우기보다
살아남으려고
애쓰고 있더라.

나도 그렇게
보내고 있어.
네가 보내준
화초처럼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어

난 아직 잘 모르겠는데
네가 보기엔 어때?
나 잘 살고 있는 거 같니?




https://youtube.com/shorts/mEfnUWQYAGI?si=kVO61lSHMOtuph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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