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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Feb 23. 2023

<pen>이라는 공간

사라진 나만의 공간 (2023.2.23. 목)




pen

1. 명사 펜 (→ballpoint pen, felt-tip pen, fountain pen)
2. 명사 (가축의) 우리
3. 동사 격식 (글 등을) 쓰다
4. 동사 (동물사람을 우리 등에) 가두다


베란다.

한편에 자리한 내 책상과 책장. 신혼가구로 호기롭게 샀던 회장님 책상이 사라지고 그곳에 아이들 장난감, 책장, 책상으로 채워졌다. <180 센티의 책상이 60 센티 책상>으로 바뀌었고 혼자 점유하던 공간이 사라졌다. 그래도 끈질기게 <나만의 공간>을 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베란다 한편 나만의 공간. 내 정원에서 책도 읽고. 화초도 보고. 공부도 하고. 하늘도 보고. 세상소리로 듣고. 술도 한잔 하고. 이곳이 천국이로세.


베란다.

하. 아. 춥다. 아니 덥다. 봄과 가을에만 가질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 나만의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겠지? 한때 나만의 공간이 사라져 마음 한편이 헛헛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계속 바라는 마음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나만의 공간도 썩 달갑지 않았다. 세상에 내 공간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글을 쓰는 마음의 공간이 없는 것인가.


나만의 공간은 사라졌지만

글은 어디서든 쓸 수 있다. pen만 있으면. 세상 모든 공간은 내 것이 된다. 나만의 공간에 나를 는 글이길. 공간 속에 갇힌 글보다 공간을 넘어 세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글이길. 나는 오늘도 공간 속에 있다. <pen>이라는 공간.


가끔 행복이 찾아올 때면

행복해서 더 불안했다. 이 요물 같은 것. 어쩜 이리도 쓰면 쓸수록 행복하단 말인가? 행복해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서 행복하다. 쓰는 행위가 오로지 나를 향한 것이라. 쓰면 쓸수록 행복이 더해지는 것이겠지. 그 뒤 불안이 찾아오지 않는 것은 보너스겠지. <pen>이라는 공간에서 나는 오늘도 행복을 쓴다.



행복한 비결은 사랑의 비결과 같다 : 전 저를 위해 글을 썼습니다. 제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건 보너스죠.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사람들이 사 보는 모습을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저 <웨인, 네게 옳을 일을 하고, 늘 해왔던 일을 해>라고 저 자신에게 말했을 뿐입니다.

<인생의 태도 37p 웨인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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