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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Mar 26. 2023

오늘 하루 잘 쉬었다.

살맛 나네. (2023.3.26. 일)




‘엄마 모기가 벌써 있나 봐. 나 이렇게 많이 물렀어’


성당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테레사가 말했다. <헐> 이건 모지? 배 부위에 빨간 반점이 심상치가 않다. 항생제 부작용인가? (감기약 복용 중인 테레사) 뭘 잘못 먹었나? 열꽃인가? 항생제 부작용이 한번 있었던 터라 찝찝한 마음에 병원에 갔다.


‘엄마. 이거 수두네. 수두에 걸렸어요.’


‘네?! 수두요?’


‘엄마. 왜 내 말을 못 믿는 눈빛이지? 엄마 잠복기가 2주야. 다른 가족이 옮지 않게 잘 쉬고 잘 먹고 건강관리 잘해요. 애들은 괜찮아. 어른은 감염되면 죽을 수도 있어.’


(아가다의 속마음) 선생님 못 믿는 눈빛이 아니라 당황한 눈빛이에요. 수두. 수족구가 같은 것들이 우리 집에 상륙한 게 처음이라서요. 그래서 지금 들은 게 어느 나라 말이지? 하고 잠시 당황한 거예요. <결여를 통한 진리> 정신을 차리자 뇌리에 스치듯 하이데거의 말이 떠오른다.


살을 비빌 수 없게 되니 아이와 함께 살이 비비며 뒹굴거리는 일상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바쁘다는 핑계로 그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 애석하다. 아이들이 아프고 나서야 평소보다 더 절실하게 감사를 하게 된다. 아이의 존재 자체에.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그나마 다행이다. 예방접종을 한 덕인지 심하지 않다. 그것도 감사하다.


감사하다.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면 평소보다 더 감사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울과 무기력의 특효약은 감사다. 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실천하는 감사처방전이 제일 좋은 약이다. 전 이웃 글벗인 고마나님의 <걷는 사람>을 읽으면서 내가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감사를 생각하니 감사할 것투성이다. 말할 수 있음에. 들을 수 있음에. 계절의 변화를 보고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건강하자.

작년 가을 어느 때를 마지막으로 멈추었던 등산을 다시 시작했다. 저번 주는 새싹 산을 보았는데 오늘은 진달래가 곳곳이 피어진 산을 보았다. 작년까지는 혼자 등산을 했다면 다시 시작한 등산은 함께하는 <친구>가 있어서. 소소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그것도 참 감사하다.


쉬자.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쉬는 날로 정했다. 웹툰을 보며 시시덕거리다. 이웃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니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싶어 진다. 집으로 돌아와 식구들에게 가락국수와 돈가스를 해주고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아이들에게 슬쩍 다가가 장난도 친다. <살 맛나네> 절로 흥이 나서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오늘 하루 잘 쉬었다~^^



나의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그것 또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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