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가다의 작은섬 Oct 14. 2023

16년 만에 다시 찾은 학교


안녕하세요.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3.6.9.12월

그녀들을 만나는 날이에요. 이번 만남은 <명동>, 졸업하고 16년 만에 다시 학교에 가보기로 했어요. 11시쯤 만나 허기진 배를 먼저 채우고 굽이굽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 학교로 향하는 골목길 초입부터 어디가 어딘지 헷갈려 <여기다. 저기다> 의견이 분분했어요. 


그래, 여기다

망설임 끝에 들어선 골목에서 만난 <TWOTWO> 치킨! 학교를 마치면 딱 배고플 시간, 야식 먹을 시간이었거든요. 그때 저 집 치킨냄새가 유난히~ 진하게! 풍겼어요. <한 번만 먹고 가자는 친구, 늦었다며 빨리 집에 가자는 친구> 각자의 유토피아 속에서 치킨집의 유혹을 뿌리치며 집으로 향하던 우리,  조금 올라가니 또 만나는 반가운 얼굴(?) <발모아 족발> 참 자주 갔어요. 여기 족발이 정말 꿀맛이었거든요. 



16년 만에 찾은 골목길

등굣길이 많이 변해 있는 듯 변하지 않은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뒤늦게 대학에 입학한 우리, 당시에는 일 마치자마자 수업에 늦을까 (종종걸음으로) 15분이면, 쌩하니 달려가버리던 그 길을 우리는 추억과 함께 걷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걸으며 새로운 추억을 새겼습니다.



무엇이

우린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교 새내기가 되었어요. 갱년기를 이기기 위해 입학한 언니, 70살이었지만 너무 공부하고 싶었다며 늦은 나이에 꿈을 이룬 언니, 사회에서는 멋 떨어지게 한자리 차지(?) 하고 있었지만 제2의 진로를 위해 학교에 온 언니,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학에 들어온 진짜(?) 새내기 동생들 등 야간대학이라서 그런지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 재미있었어요. 


친구 A  :  '신랑이 모임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는데 싫다고 했어. 거기 가면 나만 학력이 달라서.. 근데 신랑이 내가 젤 어리데 ㅋㅋㅋ'
아가다 : '그럼 네가 이긴(?) 거다.ㅋㅋㅋ'
친구 B : '남편이 동창 모임 간다고 하면 자꾸 물어봐... 중략... 지금까지 말을 안 했는데.. 내가 대학 늦게 간 거 눈치챈 것 같아..'
친구 C : '나도 아직 말 안 했어. 애들이 물어보면 <그냥 거기 있어.>라고 말해'


당당하지 못함은 우리 몫(?)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당당하지 못하게 하는 걸까? 우리 마음일까? 세상의 시선일까?>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는 학교를 말할 때 선뜻 말하지 못하는 망설임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로 나가서 사회인으로 살아가다가 늦은 나이라도 대학에 가고 싶어서 왔어요. 늦은 나이에 대학에 온 것도, 이름난 대학이 아니겠도, 2년제 전문학사인 것도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친구들과 다르게 저는 아이들, 지인들에게 저의 학력에 대해 밝히지만 당당하지는 못합니다. 부러 떳떳하려고 노력하지요. 무엇이 이리도 당당하지 못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언제쯤 당당해질까요? 16년 만에 다시 찾은 학교 앞에서 약간의 씁쓸함이 올라오네요. 나도 모르게 씁쓸함으로 젖어들 무렵,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덕분에 우리가 만났잖아. 그거 하나는 정말 못 바꾸지! 어디서 이런 친구들을 만나! 세상 편하다. 내 친구들!


그래, 그거면 되었다. 그게 다지, 다른 게 뭐가 필요해! 친구들아! 사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 되겠다. 오늘부터 매일매일 글을 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