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웃기웃> 나는 도서관에 가면 책반납 선반을 자주 기웃거린다. 오늘 반납대에서 발견한 책은 하지희 작가님의 <책에서 한 달 살기>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에 끌릴 수밖에 없는 마음이었다. 책을 읽을 때면 항상 양가감정이 생긴다. 탐욕스럽게 많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과 평안하고 여유롭게 한 장 한 장 감상하며 읽고 싶은 마음. 그래서 항상 이랬다 저랬다 '폭식'과 '절식'을 하는 사람처럼 책을 읽는다.
사실 학기 중에는 전공교재를 읽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하지만, 항상 마음 한편에서 '전공교재는 책이 아니니까 뭔가 책 같은 책을 읽어야 하지 않겠냐'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전공교재만 읽은 날에면, 그날은 책 한 자 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책을 빨리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초초하다.
책 읽기는 눈으로 듣는 경청이다. 저자가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 듣는 독자는 엉덩이가 들썩들썩, 건성으로 듣고 있으니, 말하는 이도 덩달아 얼마나 다급했을까?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을까?' 읽기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차에 만난 책이 <책에서 한 달 살기>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편안하게, 즐겁게 책을 읽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불현듯 '읽고 싶은 책들은 넘쳐나지만, 제대로 듣지 않으면서 책을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저자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책 읽기를 해보자'. 내가 만약 하지희 작가님처럼 몇 권을 책을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면 나는 나의 책장에서 어떤 책을 고를까? 이번에는 나의 책장 앞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책장에서 좀 더 읽고 싶고 오래도록 공부하고 싶은 책 몇 권을 골랐다. 올 한 해는 이 책들을 반복해서 읽어봐야겠다.
눈으로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에서 한 달 살기/하지희/에세이/222p
8p 책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할수록 오히려 더 많이 읽고 더 다양한 곳을 경험해야 한다는 혼자만의 부담 때문에 피곤하고 답답해졌다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17p 사적인 서점은 정해진 시간에 단 한 손님에게만 문을 여는 서점이자 서점 주인과 손님 단둘이서 대화를 나눈 후 손님에게 맞는 책 한 권을 처방하는 서점이다.
21p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다하는 것.
22p 저자의 말처럼 내 삶에서는 내 선택만이 정답이라는 걸 천천히 알게 되었으니까... 중략... 이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고 분명 의미 없는 변화는 없을 거라고 내 선택을 믿으면 된다고 말이다.
24p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해요 사적인 서점에서 기획한 독서 캠페인의 인용된 브로에스의 말이다.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
38p 매일 아침 시인의 이야기들을 읽고 밖으로 나가니 보이는 것마다 다들 소리를 내는 듯하다.
42p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소란-
59p 책에서는 글을 쓰는 일을 작가나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소수의 결력이 아니라 자기 삶을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이 선택하는 최소한의 권리이길 바란다고 말한다.-글쓰기의 최전선-
75p 모든 것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디 목적의식을 내려놓으세요.-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81p 경쟁에서 이기건 직원 마지막에 남는 건 허탈감뿐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아등바등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나를 어찌해야 할까.(초점을 어디다 두느냐)
106p 마음이 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쏟아지는 질문에 편히 대답하고 싶을 때마다 외로워져서 마음이 통하는 이와 대화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책을 펼쳐든 나의 표정은 엄마 손을 급히 붙잡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119p 표면적인 인정이나 보상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집안일과 육아,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티 나지 앉는 노동은 올해 지속하기 무척 어렵다. 언젠가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125p 한 책을 한 달간 계속해서 읽으면 내용을 외운다기보다는 마음에 새겨진다는 게 맞겠다.
149p 한편으로 우리는 늘 변화하는 삶을 살 것이다. 고정된 모습을 고집하지 않으려고 한다. 삶은 지금이 순간도 늘 흐르고 있으니까.- 안녕 동백숙 작은 집-
155p 그들이 숲으로 들어온 진정한 목적에 대해서 고민하는 동안 나도 내가 책에서 한 달을 사는 목적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나는 이 책의 숲에서 뭘 얻으려고 했던 걸까. 꾸준히 책을 읽었다는 자부심? 한 책을 꿰뚫고 있다는 자신감? 속독 능력 몇 달째 책에서 살고 있는데 내겐 그 어떤 자부심도 자신감도 능력도 남지 않았다. 그럼 왜 굳이 계속 책을 읽는 걸까 정말이 독서를 이어 나가야 할 이유나 목적이 있기는 한 걸까.
166p 일을 벌이면 벌이는 것이지 혼자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이라는 범위를 두고 버리는 건 정말 어렵다.
192p 우리는 고정된 상태로 만나지 않았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208p 마음껏 시도해 보고 좋으면 계속하고 아니면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해요.-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