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하고 어둡고 못된 나를 마주한다는 것은(2024.02.19. 월)
미성숙하고, 어둡고 못된 나를 본다는 것은
사진출처:제주 맹독성 문어 주의 파란 고리문어 무섭네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안녕하세요.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수용전념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러스 해리스는 그의 책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에서 본인이 수용전념치료를 공부한 사람이지만, 아들에게 고함을 치는 상황에서 자기 자비를 발휘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며, 그 순간에는 죄책감, 당혹감, 좌절감 등의 폭풍 속에서 마음이 곧바로 커다란 막대기를 들고 와 자신을 때린다고 합니다. 그때 조용히 앉아서 그 마음을 인정하고 자신을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하고, 마음의 고통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그 모든 죄책감 이면에는 '사랑'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들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이에게 고함을 지른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을 거라고 덧붙이죠.
밉습니다. 미성숙하고 무지하고 이기적이고 못된 나를 보는 게 싫습니다. 나에게 뿜어져 나오는 활화산 같은 감정을 책임지지 못하는 나의 무책임함에 너무 화가 납니다.
러스 해리스는 '만약 수영을 하다가 파란 고리문어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래? 그걸 집어 멀리 쫓아버리거나, 무시할 거냐? 아니면 관찰할 것이냐'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파란 고리문어는 공격적이지 않지만 집어 들거나 위협을 가하면 당신을 물것이고, 무시하기는 그 문어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안다면 힘들 것이다. 가장 좋은 선택지는 관찰하기다. 파란 고리문어는 개방된 공간에서 헤엄치기보다 바위 밑에 숨어 있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면 금방 당신을 남겨두고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파란 고리문어에 은유하며, '고통스러운 감정을 붙잡거나 쫓아버리거나 무시하면 결과는 대개 좋지 않다. 우리 대부분은 감정을 마치 위험한 파란 고리문어처럼 대한다. 감정은 파란 고리문어와 달리 위험하지 않다. 감정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확인해 보는 것이다. 호기심을 갖고 당신의 감정을 관찰해 보라. 그러면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감정을 통제하는 대신 삶을 개선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테레사의 행동에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 보여요. 미성숙하고, 이기적이고, 못되고, 무책임한 나의 모습이 반사거울처럼 비칩니다. 보고 싶지가 않은 동시에 안쓰럽습니다. '저러면 안 되는데, 저렇게 크면 본인이 더 아플 텐데' 그래서 온몸과 마음으로 테레사를 거부한 날에는 나를 거부한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파요. 물론 이 한 가지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항상 이 마음을 마주할 때면, 어린아이 같은 나를 마주합니다. 미성숙이란 단어에서 내 존재 자체가 잘 못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더 힘들어집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지도 탓하고 싶지도 않고 이 마음을 책임지고 싶습니다. 나를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좀 나아지려나. ㅎㅎㅎ 테레사를 보면 '수용=받아들임, 포용, 사랑'이란 가치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테레사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싶어요.
마음 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 프로그램의 개발자인 존 카밧진 교수는 그의 저서 부모마음 챙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녀 양육이라는 주제는 우리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감정을 건드립니다. 양육은 <부모 자신이 누구이며, 부모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내면 작업을 통해 부모는 자녀의 발달과 성장에 필요한 것을 내어주면서 삶의 가장 중요한 것과 접촉합니다. 이 기간 동안 자녀라는 입주교사는 놀라움과 축복의 순간을 무수히 안깁니다'
'이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야. 나에게 친절해야 해'
아이를 키우면서 만나는 나의 어두운 부분과 상처를 바라본다는 건 누구에게나 '아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투사적 동일시 : 가족의 두 얼굴 188p> 심리적 방어기제 가운데 가장 복잡한 형태는 투사와 동일시가 하나로 혼합된 듯한 투사적 동일시이다... 중략... 투사적 동일시는 상대방에게 내 정신과 감정 상태를 로봇처럼 아바타처럼 움직여 재현시킨다는 차이 있다. 투사적 통일시가 상습적인 방어 기제로 고착되면 가족들 모두 고통에 빠진다. 가족들끼리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아바타로 만들어 자기감정을 표현하거나 해소시키다 보면 자기의 화나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파란 고리문어 : 연체동물문 문어과에 속한 소형문어로, 노란색 바탕에 푸른 고리 무늬가 특징이며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지식백과)
https://youtube.com/shorts/EAXOmJPUGQs?si=qtW629HKHW7JzO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