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더 사랑하는

비유의 힘(2023.8.30. 화)

by 아가다의 작은섬



'히잉, 언니 오늘 학교 안 가지? 나도 가기 싫은데..'
'그래, 그럴 수 있지. 언니가 학교 안 가니까. 테레사도 가기 싫지?!'

테레사 본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코로나 19에 확진된 언니, 하필 본인격리해제날 언니가 격리되다니! 우리 테레사 얼마나 학교 가기 싫을까. <언니도 그랬단다. 네가 격리되는 동안 얼마나 부러워(?) 했겠니? 늦게까지 자고 마음껏 TV 보고~ 여름방학이 짧으면 뭐 하니~? 코로나로 2주간 번갈아 가며 격리, 방학연장이나 나름 없구나~> 엄마의 속마음은 뒤로 한채,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꼭 안아줘도 삐쭉 튀어나온 입술과 그렁그렁한 눈물 가득찬 눈, 우리 테레사 슬슬 시동을 거신다. 매일매일 더 사랑받을 시동.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과 쏟아지는 빗소리만큼 마음이 복잡 미묘하고 불화산 같은 우리 테레사, 억울함 가득~한 얼굴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오늘은 또 내가 너를 얼마나 더 사랑해야 할까나~! 벌써부터 명치 끝이 아주 그냥 간질간질하구나!

'나 이번주 피아노는 안 가잖아~! 논술도 안 가면 안 돼?'
'응, 그건 안돼. 논술은 다녀와!'
'히잉....'
'자~ 이제 세수하고 밥 먹어야지!'
'나 세수했어...'

아.. 그게 세수한 얼굴이었구나. 엄마가 몰랐네. 먹을 때, 잠잘 때가 제일 예쁜 우리 테레사. 오물오물 저 작은 입으로 토끼처럼 잘도 먹는구나. 그런데 이 닦고 학교 갈 준비를 해야지! 왜 소파에 다시 앉는 건데! 어서 이 닦고 옷 입어야지!

'엄마, 이거 (멜빵바지) 줄 조절 좀 해줘'
'엉. 잠깐만, 머리 좀 들어봐.'
(계속 머리를 숙이는 테레사)
'머리 좀 들어보라니까. 머리카락 때문에 잘 안된단 말이야. 다 됐다. 어때? 괜찮아? 화장실 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그래그래. 불편하지 않겠어? 편하니?'

<휴우.. 제발 오늘은 이쯤에서 그냥 좀 넘어가자!>
<잠시 후.. 역시..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엄마, 나 이거 불편해. 줄 다시 조절해 줘.'
'엉. 머리 좀 들어봐. 아우. 머리 좀 숙이지 말라니까. 에잇, 탁'
'잉? 히잉.. 힝.. 엄마가 내 머리 때렸어. 으앙~~'
'크윽. 앗 미안미안, 엄마가 진짜 미안'
'엄마! 미워~!!!'

아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네가 나는 또 이 와중에 왜 이렇게 귀여운 건대?!! 머리는 빗은 거야 말은 거야? 안 되겠다. 테레사가 눈치채지 못한 찰나 슬쩍 빗질을 하자. 아니나 다를까. '나 머리 빗었단 말이야! 히잉' 오만 인상을 찌푸리며, 애써 빗질한 머리카락을 거칠게 손질한다. 아유.. 너를 그냥.. 더 사랑해 버려야지.. !!!

'언니 책 나 오늘 한 권만 가져가면 안 돼?'
'왜? 3권 가져가기 힘들어? 오늘까지 반납 이랬는데..'
'나 책가방 무겁단 말이야!'
'아.. 그래 알았어. 그럼 한 권씩 가져가서 반납해 줘^^'

언니가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언니가 학교를 가지 못하니 테레사에게 대신 반납을 부탁했다. 우리 테레사 영 마땅치 않다. 언니만 집에 있는 것도, 언니책을 대신 반납하는 것도, 밖에 비가 내리는 것도! 제발~~~! 빨리 학교 좀 가렴~!

'그래그래. 이제 가는 거니? 차 조심하고 잘 다녀와~'
'아 맞다. 나 마스크?!'

갔다 갔다~! 드디어 갔다. 오 예스! 매일매일 더 사랑하는 테레사! 오늘도 더 사랑해~~^^ 학교 잘 다녀와~~~^^ 나는 자유다!!!




하늘처럼 자유로운 영혼, 테레사



아.. 매일매일 더 사랑하는 그 님께서 학교에 가시고 아가다의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전에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비유의 힘을 읽고 핸드폰 연락처에 저장된 아이들 별칭을 바꿨어요. 이게 참 신기하네요. 아침부터 심사가 뒤틀려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시는 우리 집 양반(테레사)을 볼 때마다 계속 생각나게 하는 비유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데 아주 많은 도움을 받은 아침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왜 <우리 예쁜 큰딸 ----> 존재자체로 더 예쁜 아녜스 / 우리 예쁜 둘째 딸 ----> 매일매일 더 사랑하는 테레사>로 별칭을 지었을까요? 부모가 되니 아이들에게 저를 투사*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아녜스에게서는 나의 미운 부분 중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모습이, 테레사에게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수치스러운 모습이 투사되었나 봅니다. 아녜스를 존재자체로 더 예뻐하는 것은 곧 나의 미운 부분까지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고, 테레사를 매일매일 더 사랑하는 것은 나의 내면 속에 자리 잡은 아이 같고 유치하고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억눌러 놓은 수치스럽다 여긴 내면아이를 사랑하는 일이었나 봐요.


MBSR(마음 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프로그램) 창시자인 존 카밧진의 <부모마음공부>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자녀 양육이라는 주제는 우리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감정을 건드립니다. <나는 누구인가?> <자녀는 누구인가?>를 탐구하는 내면 작업의 기회를 수도 없이 갖습니다. 이 내면 작업을 통해 부모는 자녀의 발달과 성장에 필요한 것을 내어주면서 삶의 가장 중요한 것과 접촉합니다. -중략- 이 기간 동안 자녀라는 입주교사는 놀라움과 축복의 순간을 무수히 안깁니다. 양육은 <부모 자신이 누구이며, 부모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우리 집 입주교사, 아녜스 테레사에게 참 많이 배워요. 정말 이 아이들은 저를 사람(?)으로 만들려고 신께서 주신 선물인가 봅니다. ㅎㅎㅎ 그리고 신께서 이 아이들과 제가 사랑이 오고 가며, 서로에게 연결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사랑과 지혜까지 같이 선물해 주셨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ㅎㅎㅎ 그리고 참 신기하네요. 비유하나로 또 하나의 알아차림이 있었습니다.


은둔호랑 e 작가님이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보내주신 빵을 야금야금 먹는 우리 테레사, '엄마. 내가 월요일에 조금 먹고 가서 3교시에 배고팠다고 했잖아. 그래서 어제 많이 먹고 갔잖아? 근데 3교시 말고 4교시에 배가 고픈 거 있지?!!! 놀랍지 않아?!'


어 놀랍다. 참 해맑아서 놀랍다. 그래, 그렇게만 커라. 매일매일 더 사랑한다. 우리 테레사^^




*투사 : 개인의 성향인 태도나 특성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심리적 현상이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이러한 투사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과 같은 감정을 돌림으로써 부정할 수 있는 방어기제라고 본다. [네이버 지식백과] 투사 [projection] (사회학사전, 2000. 10. 30., 고영복)




p.s. 저는 안되나 봐요!!!! @꽃들님 글을 읽을 때마다 저도 꽃들님처럼 짧은 글을 쓰고 싶다.. 다짐하지만, 뭘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오늘도 줄줄이 길어졌어요.ㅎㅎㅎ 아 어쩌지요? 뜨앗


추신에 추신...:@정이흔작가님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브런치 조회수가 반토막이 되어버려서... 슬프네요 흐흑... 브런치가 너는 왜 글을 쓰고 있는지? 계속 질문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잘 찾아보고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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