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에 아파트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면서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추겠다는 것을 한사코 말려서 4시 30분으로 미루었다. 덕분에 오늘 우리 가족은 모두 병든 닭 같은 모양새다. 더운 날씨에 한 동안 숙면을 취할 수가 없어서 고단한 몸이다. 그런데 오늘 새벽은 4시 조금 넘어서 아녜스 친구의 모닝콜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은 모두 잠에서 깨어버렸다. 새벽 여명과 함께 아녜스를 배웅하는 길, 내 마음과 다르게 설렘이 가득하여 조잘거리는 아녜스. 매미소리만큼이나 웅웅 거리는 구나.
나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한사코 유치원은 가지 않았다. 국민학교 1학년이 되어 처음 학교에 갔다. 걸어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길. 홀로 집 반경을 그렇게 멀리 떨어져 가본 적이 처음이었겠지.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버스를 타고 읍내에 있는 중학교로 학교를 다녔다. 두 번째로 넓혀진 생활 반경.
아녜스의 생활반경이 넓혀졌다.
아녜스 덕분에 나도 새로운 것을 참 많이 경험하는구나. 롯데월드 티켓구매하는 것부터 아주 난관이었다. 해봤어야 알지.. ㅋㅋㅋ. 아녜스가 롯데월드에 친구와 가도 되냐고 우리 부부에게 허락을 구할 때만 해도 이동수단이 전철은 아니었다. 친구아버지가 픽업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기에 허락했더랬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친구아버지가 데려다주지 못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직접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2시간 거리를 아이들만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살짝.. 아니 많이 걱정이 앞섰다. <버지니아 사티어의 말처럼 부모는 자신이 아는 것만 가르친다>고 했던가. 우리는 기억 속을 헤집어서 우리가 아녜스 나이였을 때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애써 떠오르는 생각을 <그래 나도 그때 홍대나 신촌 가서 놀았는데..-요셉><그래 나도 국민학교 때 한 시간을 걸어서 학교 갔는데.. 아가다>
아~ 내가 더 걱정이다.
우리 예쁜 딸이, 감사(?)하게도 엄마 걱정할까 이동할 때마다 문자를 보내신다. 엄마는 선잠에 머리가 아파서 다시 잠들까 싶었는데, <엄마 저 지금 전철 탔어요><엄마, 저 지금 전철 갈아타요><엄마, 저 지금 롯데월드 왔어요><엄마, 엄마........> 내가 누굴 걱정하랴. 내가 더 걱정이구나. 할 일도 많은데... 병든 닭처럼 비실비실거린다. 새벽루틴은 우연에게 양보했고, 하루 계획은 비실거리는 몸에게 양보해야 할 판이다. 아녜스, 우리 둘 다 안전하게,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