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실시간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대중교통 안내앱을 자주 사용한다. 안내앱을 보며, 배차시간을 확인한 후 그 시간에 맞춰 때론 느긋하게 때론 빠듯하게 버스정거장으로 향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버스가 언제 오나?'하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 출발지에서 '앱'하나로 버스 도착시간을 미리 알 수 있으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아껴지는 것 같다. 이 안내앱이야 말로 '시간을 통제하고 싶고, 불확실함을 확실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낸 편리한 서비스 중 하나가 아닐까?'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여느 때처럼 대중교통 안내앱을 실행했다. 길가에 가만히 서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는데, 문득, 만약 '5분 후 도착'이라는 안내메시지를 확인한다면 불이 나게 달리기밖에 더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물이다. 세상 편리하다 싶었는데 어째 이 안내앱 때문에 삶이 더 빠르고 빡빡하게 흐르는 것 같다. 안 되겠다. 오늘은 뛰고 싶지 않다. 안내앱을 닫고양산을 펼쳤다. 그리고 느긋하게 걸었다.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대중교통안내서비스처럼 미래를 알려주는 안내앱이 있다면 그 불안이 좀 덜할까? 아니다. 버스가 5분 후 도착이라는 알림을 확인하더라도 10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5분 만에 미친 듯이 뛰어가야 하고, 89분 후 도착이라는 알림을 확인하더라도 목적지에는 60분 내로 가야 하는데 그보다 더 느린 버스배차시간을 보게 되면 그도 안달복달하게 되더라.
미래도 이와 같지 않을까? 정말 미친 듯이 알고 싶지만 안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알아도 불안하고 몰라도 불안할 테니 말이다. 이래나 저래나 불안하다면 차라리 후자의 불안이 더 났지 않을까? '도착시간 알 수 없음'에는 기다린다면 언젠가 버스가 올 거라는 '희망'이 있으니까.
인생학교 : 모르는 게 약이다. 인생학교 : 미래와의 관계는 불안보다 희망이 더 어울린다. 인생학교 : 미리 알려고 노력하기보다 순간순간 나에게 오는 지금_여기를 온전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