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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ul 22. 2024

개근거지,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문화가 흐르고 있을까

일상생각(2024.07.10. 수)


'엄마, 우리도 여행 가면 안 돼?'

'엄마, 우리 이번 여행 가면 두 밤 자면 안 돼?'


친구 중 한 명이 가족여행을 떠나면 테레사가 으레 하는 말이다. 여행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테레사를 보며 처음엔 아이가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줄 알았다. 요셉과 나, 아녜스는 여행보다 집을 더 좋아한다. '여행, 가면 좋고 안 가도 그만이다'라고 생각하는 가족문화에서 테레사는 참 별종이었다.


테레사에게 우리 집은 일 년 상하반기 여행을 간다고 설명해 줘도 어쩔 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여행, 여행' 하며 때를 쓰거나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되는 요구에 하루는 화가 나서 아이를 혼냈다. '나만 여행 안 가! 친구들은 다 여행 갔단 말이야!! 으아앙' 하고 우는 테레사를 보니 어이도 없고 황당했다.


어린 시절 생각해 보면, 예쁜 옷 입고 깔끔하게 머리를 다듬고 온 친구가 참 부러웠던 반면 초라한 내 행색은 부끄러웠다. 맛난 반찬을 조형미술하듯 담아 온 친구 도시락을 볼 때면 볼품없는 내 도시락은 숨기고 싶었다. 난 살얼음판 같은 우리 가족을 숨기기 바빠서 친구를 집에 초대할 엄두도 못 냈는데, 숨길 것 없이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친구를 초대할 수 친구가 마냥 신기하고 부러웠다.


사람은 태어나면 30센티 흐릿한 세상 속에서 무엇이든 빨고 만지고 움직여보면서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나'라는 존재를 인식한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보여주는 미소, 따뜻한 포옹, 온화한 목소리를 들어며 '세상은 안전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키워간다. 조금 더 자라서 스스로 밥 먹고, 옷 입고, 세수하고, 대소변을 가리면서 '나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 이러한 믿음은 아이의 자존감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아이는 점점 자라서 학교에 간다. 학교에서 또래친구를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존감이 발달하게 된다. 학업성적, 운동능력, 신체발달 수준뿐만 아니라 옷차림과 자신이 가진 물건, 가정 배경에 대해서도 또래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비교가 긍정적일 때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게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급식을 먹으니 도시락 반찬비교는 안 하지만, 성적은 기본이요. 여행에서부터 문화생활까지 참 비교할게 많을 것 같다. 비교문화 속에서 아이들이 너무 빨리 상대적 박탈감을 배우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린다.


며칠 전 인터넷 뉴스에서 <개근거지>라는 기사를 봤다. 외국까지 우리나라 신조어에 깜짝 놀랐단다. '개근거지'는 국내외여행을 안 가거나 현장체험학습 없이 학교에 꾸준히 출석하는 학생을 비하하는 신조어란다. 아녜스와 테레사도 현장체험학습을 제출하지 않는 사람은 본인들뿐이라고 말하며 그것에 대해 민망해한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현장체험학습 한번 안 간 것이 아이들을 부끄럽게 한다는 사실을.. <휴먼거지>라는 신조어를 들었을 때도 충격적이었지만, 개근거지도 만만치 않게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다. 도대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문화가 흐르고 있길래 이런 신조어들이 만들어지는 걸까?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르치고 있길래 아이들은 계속해서 이런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걸까?


감사랑합니다.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인생학교 : 사회적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필요한 만큼 벌고 가진 것만큼 내 가치에 따라 돈을 쓰자.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것만큼 돈을 대하는 가치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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