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팡지게 여름감기에 걸렸다. 며칠 집에 있는 상비약으로 견뎌 보았지만 쉬이 나을 것 같지 않다. 테레사도 지난주 일요일부터 감기에 걸려 약을 먹었지만 별 차도가 없다. 에어컨이라는 신기술은 우리에게 시원함을 선사하였지만 만성 비염을 앓는 나와 테레사에겐 필요악이다.
병원에 가는 것이 싫어 아픈 것도 숨기는 테레사가 어쩐 일로 군소리 없이 나를 따라나선다. 아마도 지난 5월에 부비동염으로 된통 고생하며 입원까지 했던 일이 제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나 보다. 나는 궁둥이 주사 한 대 맞고 테레사는 코에 이물질 한번 빼는 것으로 병원진료는 마쳤다. 처방전을 받아 들고 약국에 들러 약을 한 아름 안고서 테레사 독서기록장을 사기 위해 문구점에 갔다.
문구점으로 가는 길, 구석지거나 외진 곳이 아닌 사람들이 통행하는 길 한복판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언니, 오빠 열대여섯 명이 교복을 입고 '담배님'을 영접하고 계신다. '헐' 저걸 어쩔 소냐? 나와 눈이 마주치고 '어쩜 좋니?'라는 나의 입모양을 보고도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담배를 폈다. 손잡고 걷던 테레사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엄마, 나 너무 무서워'
아녜스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라서
아녜스가 다니는 학원가라서
테레사가 자주 놀러 가는 상가라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거리낌이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신고하는 아가다 등장'
'얘들아, 너희는 흡연구역에서도 담배 피우면 안 되는 나이야!'라고 말했다간 한 대 맞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한참 멀어진 곳에서 조용히 '112'에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00 상가인데요. 아이들이 열명 넘게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요. 선도 좀 부탁드릴게요.'
112에서 17시 58분에 신고 접수를 하였고, 18:07분이면 현장에 도착한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문구점에서 나왔을 때, 담배를 영접하던 청소년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 일을 했다. 먼저 가까운 경찰지구대에 전화를 해서 중고생 하교시간에 순찰 강화와 일탈(?)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선도를 부탁드렸다. (하시는 업무가 많은데 이런 부탁도 해도 될지 몰라서 죄송스러웠음. 나중에 음료수 사들고 가야겠음.) 하지만, 전화를 받으신 경찰관님은 친절하게 말씀하셨다. '저희가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순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좋은 건 아이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볼 때 신고해 주시는 겁니다' 경찰서와 통화 후 학교학생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학교 대표 밴드에 공지를 부탁했다. 학부모 누구든 아이들이 일탈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지구대에 전화해서 순찰강화와 선도를 부탁하는 하자고. 오늘은 늦어서 주변 학교에 전화할 수 없었다. 내일 학교에 전화해서 선도를 부탁할 예정이다. 요즘 세상 무턱대고 아이들을 선도하다가는 죽음을 불사해야 한다. 선도하고자 하는 어른도 안전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우리 어른들이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요즘 청소년 마약범죄가 심각해서 차라리 담배를 피우라고. 담배 정도는 마약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경찰을 부른 들 아이들을 제재할 법적 장치가 없으니 아무 소용없다고. 그럼 우린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의 저자 우종영 작가님은 '한그루의 나무를 되살리려면 결국 숲 전체가 건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크고 작은 일탈을 경험했었다. 크고 작은 일탈 속에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알게 모르게 나를 지켜주고 가르쳐준 어른들 덕분이다. 오늘 내가 한 조치방법이 현명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생학교_배움 일시 : 2024.07.04. 목 17시 50분
인생학교_배움 내용
- 어른인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자 하는가?
- 건강한 우리 동네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 세상은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다.
안녕하세요.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