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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독서일기(2025.04.03. 목)

by 아가다의 작은섬



가난한 사람들/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이향재/민음사/240p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첫 소설 <가난한 사람들>를 읽었다.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적 묘사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정교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읽은 당시 평론가들은 '위대한 작가의 탄생'이라며 도스토옙스키를 극찬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마카르 제부시킨 과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주고받는 편지와 바르바라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 두 사람의 감정과 삶의 무게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고전을 읽을 때마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고, 왠~지 모르게 '인생의 철학 하나쯤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든다. 그래서 해설을 먼저 읽을까 고민도 했지만, 이번에는 해설 없이 먼저 읽어보았다. 다행히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몰입도 잘 됐다. 물론 여전히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알기는 어렵지만, 그 또한 독서의 묘미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두 인물 간의 편지 내용이었다. 마카르와 바르바라는 편지를 통해 소통하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상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서로의 가난한 처지를 동정한다. 특히, 가난한 마카르는 바르바라를 도우려고 빛을 내면서까지 먹을 것, 책, 꽃 등을 보내지만, 정작 바르바라는 '돈도 없는데 왜 이런 걸 사보 냈냐'라고 타박하면서 자신이 병들고 아프다고 말한다.(정말, 도와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마카르는 자신의 재정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바르바라를 도우면서 결국 경제적으로 무너진다. 이후 돈이 없어서 자신이 얼마나 비굴하게 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편지에 적어 보내면서 소설후반부부터는 바르바라가 바느질해서 번돈을 받아쓰는 지경에 이른다. 작가는 가난이 더한 가난을 불러오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심리 변화를 정말 심리학자처럼 섬세하게 표현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망가뜨리는 걸까요?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이 모든 삶의 불안, 온갖 쑥덕거림, 웃음, 농지거리입니다'_153p


마카르가 가난해질수록 삶의 불안과 불행은 풍족해진다. 그로 인해 사소한 사건조차 감당할 힘을 상실하고, 사회적 상황에서 점점 위축되고 스스로 고립되어 간다. 이런 마카르의 모습을 보면서 '가난자체보다 가난이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될 때 더 배가 고프고 더 초라해지고 작은 시련도 더 큰 시련이 되고, 더 큰 좌절을 겪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줄소감.

가난이라는 상태가 인간에게 주는 고통은 단순한 궁핍함보다, 비교와 시선,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에서 더 크게 온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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