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026.02.01.일)
저번주 독서모임 선정도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용기 있게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책의 주제는 데이트 폭력이었다. 폭력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떻게 나 자신을 잃어가는지 고스란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인상 깊게 본 <당신이 죽였다>라는드라마가 떠올랐다. 그 드라마 속 피해자를 향해 친구가 묻는다. '왜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가''왜 가만히 맞고만 있었는가''왜 도망가지 않았는가'
그러나 화면 속 그녀는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증거를 모으고,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도망도 가보고..., 그럼에도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고민은 이렇게 바뀌어 간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한 대라도 덜 맞을까?”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그녀는 결국 ‘폭력’에 적응해버린다. 오늘은 그 시간이 조금만 짧기를, 오늘은 그 고통이 조금만 덜하기를 바라면서. 이 폭력에서 나를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은 그녀를 점점 더 고립시킨다. 남편의 요구는 애초에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조금씩 자신을 지워가며 말이 되지 않는 요구에 맞추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도 자신의 삶도 잃고, 결국 타인의 삶 속에서도 조용히 지워져갔다.
작가가 경험한 데이트 폭력은 내 삶과는 멀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폭력은 늘 소리치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걱정이라는 말로, 통제와 위협의 얼굴을 감춘 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폭력은 주먹만이 아니다. 존재를 위축시키는 말, 선택권을 빼앗는 태도, 고립시키는 관계 역시 폭력일 수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폭력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믿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또 다른 폭력은 “그건 나의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태도와, “왜 폭력에 맞서지 않았을까”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순간 조용히 시작된다. 결국 폭력은 가해자의 손에서 시작될지 몰라도 침묵과 외면, 그리고 피해자 탓이 더해질 때 더 오래, 더 깊게 지속된다.
책을 읽은 한 회원이 말했다. 자신 안에 가해자의 모습도, 피해자의 모습도 함께 존재하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약해서도, 똑똑하지 않아서도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악랄해서도 본래 폭력적이어서도 가해자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괴물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조금씩 스며들며 경계를 흐리게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그 관계 안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래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수도 있고, 누구나 가해자도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감사랑합니다
글로 마음을 나누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7층/오사게렌발 지음/강희진 옮김/만화/우리나비/88p/읽은날:2026.02.01.
29p 닐과 나는 수많은 사항들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는 내가 하고 다니는 꼴은 죄다 못마땅해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 한가지는 유의해야 했다. 동기와 본질이 어떻든 나의 개성이 드러나면 안 되었다. 닐은 내가 변하도록 도왔고 그렇게 변해감으로써 나는 마침내 그에게 인정받는 연인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