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026.02.22. 일)
감사랑합니다
글로 마음을 나누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상실. <국어사전>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
어쩌면 인간은 매 순간 상실을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조금씩 사라지는 젊음, 어제와 다른 생각, 변해가는 감정, 언젠가는 멀어질 사람들, 그리고 결국 죽음. 하지만 인간은 죽음과 무관한 존재인 것처럼 행동하며, 삶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상실’이라 이름 붙이지 않은 채 지나쳐 버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실은 우리가 외면했던 시간들에 이자를 더해 불쑥 우리 앞에 선다.
‘펑’
책을 읽는 동안 상실은 아직 내게 조금 멀게만 느껴졌다. 어렵게 다가왔고,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가 정말 이 책을 읽은 게 맞을까 싶을 만큼 남는 것이 없었다.
‘정말 모든 것을 상실해 버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아주 작게나마 아지랑이처럼 상실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지나온 상실보다 앞으로 다가올 상실이 더 두렵다. 그 예감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처럼 ‘일종의 고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은 남은 삶이 두렵다. 그러나 나는 두려움 이전에, '살기 위해' 남겨진 존재임을 기억하려 한다.
어떤 때 상실을 경험한 사람―암 수술, 누군가의 죽음, 관계의 단절―을 마주하면 나는 당황해 머리가 하얘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괜히 아무 말 대잔치를 해버린다. 우리는 매 순간 상실을 살아가면서도 정작 상실을 이야기하는 법은 왜 배우지 못했을까. 그래서 결국 상실이 삶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우리는 더 크게 절망한다. 그리고 그 절망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처럼 결국 ‘가장 큰 인생 수업’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기억하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독서일기를 쓰기 위해 다시 훑어보니 특히 기억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말할 때는, 그들이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105p)
내가 하는 생각과 감정이 고장 난 오디오처럼 되풀이될 때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상담을 받으러 오신 분들도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반복되는 한 문장으로 돌아온다. 그들 역시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려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일 테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묻는다.
그들이 끝내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2026.01.01.~2026.02.16./상실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케슬러/김소향/이레/324p
15p 죽음은 단지 이 생애를 마감하고 고통과 번뇌가 사라진 곳으로 옮겨가는 일일 뿐이에요
23p 불확실은 일종의 고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의 예감은 앞으로 마주해야 할 고통스러운 과정의 전주곡이며, 궁극적으로는 치유되어야 할 이중의 슬픔이다.
47p 수용이라는 의미에 대해,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상 없음’ 또는 ‘괜찮다고 여김’의 뜻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용의 단계는 사랑하는 이가 실제로 떠나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 새로운 현실이 영원한 현실임을 인정하게 되는 단계이다.
65p 사랑한 이가 죽고 나면, 말했어야 했던 것 또는 그렇게 행동해야 했던 일들이 전부 다 이쉬움으로 남는다(...) 인간은 끊임없이 실현하지 못한 희망을 갖고 아직 응답받지 못한 소망을 품는다(...) 만일 그 일을 이루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또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93p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당신이 남겨졌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잃었는가? 당신이 왜 굳이 남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가? 신과 우주만이 그 정답을 얘기해 주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만은 있다. 당신들은 모두 ‘살기 위해’ 남겨졌다는 사실이다.
105p 누군가 당신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말할 때는, 그들이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117p 또 다른 상실은 과거의 당신을 상실하는 것이다. 즉 상실이 일어나기 전의 당신 모습, 결코 다시 존재하지 않을 당신이다(...) 새로워진 당신, 달라진 당신, 결코 다시 예전과 같아질 수 없는 당신, 과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당신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