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조카와 책읽기

판타레이/민태기

by isnobody

3월 5주 토요일

조카가 1시 30분쯤 도착했다. 점심을 같이 먹자 해서 12시 30분쯤 올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같이 점심을 먹자 했을 때 산책을 하며 봐 두었던 새로 생긴 식당에 갈까 생각했는데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이 바람이 분다. 이런 날은 왠지 짬뽕을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줄을 서는 식당이라 지금 출발하면 2시쯤 도착할 것 같아 무작정 출발했다. 도착해 식당으로 가니 아직도 줄을 서고 있다.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생각해서 옷도 얇게 입고 왔는데 10분 정도 줄을 서고 있다. 줄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바람이 차다. 조카와 같이 줄을 서다 근처 뒷고기를 잘하는 집으로 갈까 생각하다 처음 생각했던 곳으로 가기로 했다. 이곳 짬뽕과 탕수육은 다음에 먹는 걸로.

집 주변을 산책하다 새로운 간판이 보이면 괜히 관심이 간다. 이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언제가 토요일 저녁 산책을 하다 사람들이 북적되는 모습을 보고는 조만간 와 봐야겠다 생각했던차였다. 1시간가량 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라면도 먹었다. 이 식당은 이베리코가 맛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조카와 책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일이 많아 '판타레이'를 다 읽지 못했다며 다음 모임에는 다 읽겠다고 다음 책을 먼저 알려 달라 했다. '인지 심리학'을 소개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이야기 도중 내가 만든 연대표를 공유했다.

지역에서 경제 독서모임을 하며 시작된 습관 중 하나가 경제 사건들의 연대를 월일까지는 아니지만 년까지는 정확히 외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후 중, 고 시절 연대를 외우듯 표를 만들고 외우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역사 사건을 접하면 과학/경제/정치/철학으로 구분해 정리하며 외웠다. 그렇게 만들 연대표는 책상 위 이동식 벽에 걸어두고 수시로 체크하며 반복해 외웠다. 그렇게 4~5년이 지나니 어느 순간 과학/경제/정치/철학 분야의 중요한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며 한 사건의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2차원의 연대표가 3차원 처럼 각 과학/경제/정치/철학이 서로 연결되며 과학의 발견이 결국 경제, 정치 심지어 철학의 변화를 요구하며 사회가 변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연대를 외우는 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지금은 이미 외운 사건들이 이정표가 되어 새로운 사건들이 이정표 사이사이를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입체가 점점 섬세하게 채워지는 듯하다.

그래서 조카에게도 추천했다. 물론 내 기준이지만. 대학 1학년쯤 아버지가 사 둔 "내 아들아 너의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는 필립 체스터 필드의 책을 읽었다. 당시 책을 읽을 때 목표가 책 속에서 한 가지는 생활에 적용하며 내 습관으로 만들자는 것이었고 이 책은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기억하고 있다. 조카가 책이야기 중 과학의 역사를 좀 더 알고 싶다는 말에 내 경험을 알려 주었고 이전에 같이 읽었던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의 지혜'도 기억해 주었다.

처음 공부하는 분야의 경우 그 분야의 역사를 먼저 큰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이젠 습관이 되어 있다. History를 안다는 건 살아가며 여러 분야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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