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존 폴 민다
4월 4주 토요일
11시가 조금 넘어 벨이 울렸다. 현관 모니터를 보니 조카가 보인다. 평소보다 이런 시간이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주고 집 현관을 열어 걸쇠로 받쳐 두고 오늘 이야기할 책과 노트를 준비했다.
조카가 들어와 소파에 가방을 두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해 커피머신에서 캡슐을 추출하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호환 캡슐 중 이데아 커피를 선택해 에스프레소로 내리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타서 테이블에 놓는 사이 나는 대저 토마토 서너 개를 씻어 테이블에 놓았다.
이번 책은 지난번 다 못 한 '판타레이'와 이번에 정한 '인지 심리학'이다. 조카는 책 내용을 정리한 A4용지를 내보이며 노트북으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책 내용을 정리하던 것을 다시 종이에 정리하는 것으로 바꾸었다며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편하기 하지만 정리 한 내용들이 자동으로 공간에 배치되는데 그러면서 공간에 대한 감각이 줄어들 수 있겠다 싶어(언젠가 내 노트를 보며 어떻게 공간을 잘 활용하는지 물었던 게 생각난다) 다시 종이에 직접 쓰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며 '브레인롯'을 아냐고 물었다. 처음 듣는다 말하고 혹 '롯'이 rotten과 관련이 있냐 되물었다. 그리고 같이 검색을 해 보니 'Brainrot'이다. 대충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것 같다 말해 주었다. 릴스, 숏츠에 익숙해지면 뇌의 흥분도가 도파민의 작용으로 과해지고 그로 인해 전두엽의 민감도가 떨어져 전두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냐며 이어 AI 사용의 단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그렇게 책 이야기는 자연스레 '인지 심리학'으로 시작되었다.
'판타레이'에 대한 이야기는 며칠 전 조카가 자신의 인스타에 올린 책 내용을 이야기하며 책을 읽으며 느꼈던 짜릿했던 경험에 대해 말해 주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경제에서도 통한다는 말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를 때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소멸되지 않고 전환되는 것 같이 경제서도 마찬가지로 노동이 상품으로 '가치'가 보존되고 상품은 '화폐'로 가치가 전환된다. 나는 이 부분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짐과 동시에 짜릿한 느낌을 느꼈다. 이 기분을 글로 표현하자니 나의 문장 구사력의 한계 또한 느껴진다."
조카의 인스타에 있는 내용의 일부이다. 고마운 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과 분야별 경계를 넘어 한 덩어리로 사건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경험이 조카에게도 전해 졌으니 말이다.
조카에게 주기적으로 글쓰기를 다시 권했다.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도구가 글을 써 보는 거라고, 말을 잘한다는 것은 글을 자주 써 보았다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특히 중요한 무언가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간결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하고자 싶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전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