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ㆍ최승범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될 수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될 수 없다’는 말은 사실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같은 질문을 ‘반드시 되어야만 한다’는 의미로 읽히게 하는 책이 있다. 제목에서부터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선언하며 이 땅의 남성들에게 고한다. “목소리를 내는 여성을 억압할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페미니즘을 공부하자. 시대를 읽지 못해 도태되지 말자. 함께 페미니스트가 되자. 잃을 것은 맨박스요, 얻을 것은 온 세계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최승범씨가 썼다. 그는 지난해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에도 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책에는 남성 페미니스트가 필요한 이유뿐만 아니라, 자신이 왜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됐는지, 그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앞으로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가 적혀 있다.
우리 사회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어린 시절이었다. 맞벌이를 하면서 모든 가사 노동을 책임지는 어머니의 지친 모습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남자를 페미니스트로 만드는 첫 번째 지점은 엄마의 인생에 죄책감을 느끼는 데 있다.” 물론 자신의 아내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남성들은 여성들의 삶을 잘 모른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저자는 지속적으로 말한다.
궁극적으로 페미니즘은 남성의 삶도 자유롭게 한다. 남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다. 가부장제가 타파되면 남성들은 더 많은 결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족쇄에서 해방될 것이고, 남자는 울면 안 된다거나 약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도 반기를 들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남성이 한다는 게 이 책의 가장 주효한 점이다. 단, 남성 페미니스트는 자신을 ‘협력자’로 위치시켜야 한다.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지만, 여성들에게 ‘맨스플레인’ 하면 안 된다. 남성 페미니스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일상에서 남성들과 대화하며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학교 안에서 800명의 남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마음이 통하는 교사들에게 페미니즘 책을 선물한다.
당장 모든 사람이 한 번에 달라질 수는 없다. 저자는 자신의 제자들이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 보다 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새로운 날은 남성이 바뀌는 만큼 빨리 올 것이다.
2018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