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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i Mar 20. 2020

유선종양 전적출 수술 2일 차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A가 불편한 자세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나와 함께 산지 10년쯤 되는 강아지 A는 어제 유선종양 전적출 수술을 받고 집에서 회복 중이었다. 고개를 들어 저를 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몸통이 붕대로 잔뜩 감겨 걷기도 힘든 몸으로 뒤뚱뒤뚱 내게 왔다. 스스로 편하게 눕지도 못하는 A를 들어 푹신한 이불에 모로 뉘어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료를 불려 비벼놓은 A의 밥그릇과 물그릇, 용변처리를 하는 패드와 물티슈들, 그리고 A를 지켜보다 밤을 새울 작정으로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 들고 있었던 e북 리더기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아침이 되기 전이었다. 남편은 A를 처음 뉘었던 자리를 지켜보던 자세 그대로 잠들어있었다. 나는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직 켜져 있는 티브이와 남편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 유튜브 창을 보니, 남편은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내가 깨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남편 옆에 누워 가만히 A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A는 내가 가까이 왔음에도 나를 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숨 쉴 때마다 통증이 오는지 매 번의 날숨에 신음소리가 더해졌다. 조심스레 검지 손가락을 들어 A의 작은 머리를 쓸어내렸다. 이불 밑으로 A의 꼬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길이나 티브이에서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모습을 보면 머리가 아파 피하고만 싶었는데, 지금은 차라리 A가 울 수나 있어서, 지금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 표현이라도 해주었으면 싶었다. 내 손길 한번 닿았다고 이렇게 아픈 몸으로 꼬리 치지 말고.  




몇 주 전, 더 나이 들기 전에 스케일링을 한번 해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 진료를 보고 예약을 잡은 뒤 날짜에 맞춰 병원을 방문했었다. 스케일링에 들어가기 전에 요 며칠 A의 가슴께에 작은 쌀알만 한 게 만져진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유선종양인 것 같으니 스케일링은 보류하고 일단 종양의 악성 여부를 알아보자고 하셨다. 애니스캔 결과 악성일 확률 높음, 그리고 이 구간에 속한 100마리의 아이들 중 88마리에게서 악성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급하게 전이 여부를 확인하려 복부초음파와 엑스레이를 비롯한 여러 검사들을 진행했고, 아직 전이는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악성종양 여부는 수술 후에 조직검사를 따로 진행해서 확진하기로 했다.



이제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일 악성인 경우에는 더욱 커지거나 전이가 되기 전에, 그리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 하지만 수술을 진행한다고 해서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 이후에도 전이 가능성이 있으며, 되려 수술 이후 급격히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을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고, 나 또한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다. 또한 유선종양 악성인 경우에는 폐 전이가 되는 경우가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폐로 전이가 되면 그때는 얼마 가지 않아 강아지별로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하지 않은 채로 지내도 전이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 아직 도화선에 불을 붙이지 않은 폭약이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언제고 불이 붙으면 금세 악화될 것은(더구나 그동안 나이도 먹게 되니) 자명한 일이었다. 그때 되면 노견인 데다 이미 전이가 되어 손쓸 방법이 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술 후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전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원흉을 제거하고 추적검사를 하며 지켜볼 것’과, ‘언젠가 전이가 되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면 몇 년간 전이라는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약 하루 정도를 고민했지만,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며 수술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 더 이상의 시간 지체 없이 수술하기 위해 진료를 보던 병원에서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회복중인 A


그렇게 수술을 마친 어제,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의 A를 보고 불현듯 왜 24시간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하지 않은 걸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집에 데려오고 나서 그 좋아하는 밥에 입도 안 대고 신음만 하는 A를 보니 그 후회는 점점 커졌다. 왜 마냥 A가 늘 진료를 받던 그 병원에서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는지, 왜 더 크고 경험이 풍부한, 밤에도 통증 및 상태를 케어해줄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볼 생각조차 안 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물론 지금 수술한 병원도 이 지역에서 실력+양심 진료로 유명한 병원이지만서도.. 아이를 위한 선택에는 늘 후회가 따른다.




왼손으로는 A의 발을 문지르며 오른손으로 포털사이트에 병명과 수술, 그리고 후기에 대해 검색했다. 이미 한 번씩은 봤던 게시물들이다. 수술 전에 그 글들에 적혀있는 입원일수는 왜 간과하고 넘겼던 건지 또 후회가 됐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서둘러 A처럼 당일 퇴원한 후기를 찾아 늦은 시간이지만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문의를 했다. 고맙게도 블로그 주인은 바로 대댓글을 달아주었고, 같은 경험을 한 이의 조언과 위로는 꽤 힘이 되었다. 위로를 해준 다른 많은 이들의 메시지들도 너무 감사했고, 그들의 마음이 A에게 꼭 전해져 얼른 회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날이 밝자마자 수술한 병원에 전화해 통증의 정도를 설명하며 어제 우느라 제대로 듣지 못한 처방약의 성분을 문의했다. 일단 어제보다는 통증이 많이 가라앉은 듯 보이고, 약에 진통 성분도 있다기에 일단 오늘은 집에서 두고 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유선종양 전적출 수술 당일 퇴원에 대한 글이 많지 않아서 나처럼 마음 졸일 것 같은 보호자들을 위해 글을 적었다. A는 지금도 옆에서 작은 몸으로 통증과 싸우며 숨을 고르고 있다. 수술 이틀째인 오늘 아침에는 어제저녁에 두었던 밥과 물을 반 이상 먹고 지금은 식욕이 좋은 상태다. 다만 온몸에 꽁꽁 감긴 붕대 때문인지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자꾸 넘어지려 한다. 어젯밤에는 자다가 말고 힘겹게 일어나서, 망부석처럼 서있는 상황과 내가 눕혀주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다. 아마도 서 있는 자세가 통증이 덜해서 그럴까 싶었지만 한 시간가량 후들거리는 다리로 서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 계속 눕혀주었다.

나와 남편이 시야에서 벗어나면 그 아픈 몸으로도 꾸역꾸역 일어나 끙끙거리며 우리를 찾기에 번갈아가며 한 명은 꼭 A옆에 붙어있었다.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있는 지금, 내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기만 해도 잠에서 깨 끙끙거린다.



마취가 마저 깨지 않은 채로, 비몽사몽 침 흘리던 와중에 나를 발견하고 꼬리를 흔들던 어제 A의 모습이 떠올라 자꾸 눈물이 난다. 어제와 오늘의 상태가 다르듯, 내일은 더욱 회복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본다. 유선종양 수술을 고민하며, 어제의 나처럼 이미 봤던 수술 후기를 읽고, 또 읽고 있을 분들을 위해 적은 글인 만큼 며칠 뒤에는 꼭 A의 회복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을 게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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