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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빼앗기는 시간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노을이 지면서

by Isol

밤은 언제나 조용히 다가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노을을 가져간다.

그렇다고 밤이 덜 아름다운 건 아니다.
달빛 아래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음악을 듣는 사람들,
끝없이 이어진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이들.
밤은 그들 속에서 또 다른 빛으로 살아난다.

나는 한때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울고 싶었지만,
여기,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저 한 줌의 모래알 같은 존재임을 알게 된다.

누군가는 인생의 가장 밝은 시간을 건너고,
누군가는 가장 깊은 어둠을 지나간다.
마치 바다 위 다리를 달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수많은 차들처럼.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두워 보이는 시간이,
누군가의 불빛 덕분에 가장 환히 빛난다.
그 빛나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었던 덕분일까.

그래서 나는 이곳을 찾는다.
끝없이 밀려오는 바다,
그 위를 감싸는 밤공기,
그리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높은 하늘에서 야간 비행을 하는 조종사도
아마 같은 마음일 것이다.
검은 바다 위, 별빛과 불빛이 흩뿌려진 이 도시를 내려다보며
그 역시 깨닫지 않을까.

밤은 빼앗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빛을 비행처럼 싣고 오는 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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