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대신 남겨둔 크리스마스
산타가 되고 싶은 조종사는 아직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쯤 신나게 하늘을 날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하늘이 아닌 땅에 서서, 하늘을 그리워하며 시간을 기다린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기다림은 조금 줄어든다.
곧 또 다른 훈련 과정이 시작되지만, 그 전까지는 여전히 인내의 시간이다.
무수히 많은 대책을 세워두며 어떤 경우의 수에서도 비행을 완전히 지워두지는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아마도, 내가 가진 마지막 정체성을 놓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오늘,
나는 다짐했던 비행기와,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
그 둘 모두와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돌아갈 수 있는 선택지는, 이미 없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다른 산타를 내어주는 조종사.
그 조종사는 스스로를 아직 조종사라 부르지 못한다.
루돌프 한 마리 없이
마차 위에 선물만 올려둔 채,
가장 중요한 크리스마스에
가장 쓸모없는 산타가 되어버렸다.
눈은 내리지 않는다.
비행기는 이륙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비행은
이륙이 아니라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