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비행을 동경하는 이유
곡예비행 영상을 볼 때마다, 하늘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 거대한 캔버스처럼 보인다. 어떤 조종사들은 항로를 따라 차분히 비행하며 도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만, 곡예비행 조종사들은 그 위에서 선을 그리고, 원을 그리고,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며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 움직임에는 자유와 통제, 모험과 절제가 동시에 담겨 있었고, 나는 그 화면 앞에서 이상하리만큼 오래 멈춰 서게 되었다. 왜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움직임 속에 내가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있었다.
사실 나는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마지막 과정까지 갔었다. 그때 탔던 기종은 KT-1 훈련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체력 때문에 버틴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더 힘들었던 것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었다. 하루하루 누적되는 부담,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마음이 먼저 지쳐버렸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분명히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편대비행으로 하늘을 나란히 가르며 서로의 위치를 미세하게 맞출 때, 그리고 루프 기동으로 하늘을 감아 올렸다가 다시 내려오며 무중력의 순간을 스쳐 지나갈 때, 나는 분명히 느꼈다. “아, 나는 지금 살아있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비행을 ‘다룬다’는 감각이 손끝과 온몸에 스며들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하늘은 무섭지 않고 즐거워졌다. 그럼에도 결국 나는 그 과정을 포기했다. 마음이 먼저 한계를 드러냈고, 끝까지 붙잡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결정은 종종 질문이 되어 돌아왔다. 정말로 내가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무엇을 놓친 걸까.
아마 내가 곡예비행을 동경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경비행기를 배울 때 만난 스승님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와 함께 일하며 비행장뿐 아니라 찜질방, 헬스장, 식당, 이동 중 휴게소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다. 기술뿐 아니라 태도와 시선, 하늘을 대하는 마음까지 그 옆에서 보고 배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곡예비행에 대해서만큼은 끝까지 자세히 말해 주지 않았다. 편대비행의 감각은 나눠 주었지만, 곡예비행술은 언제나 마지막 문턱처럼 남겨 두었다. 나는 결국 그를 떠났지만, 마음까지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그가 가진 기술을 언젠가는 배우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동시에 그를 완전히 잊지 못하는 스스로를 알게 되었다. 언젠가 그가 오랫동안 숨겨 둔 비행의 세계를 나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그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있던 어느 날, 곡예비행 영상을 보다가 처음으로 DM을 보내 보기로 했다. 단순한 동경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출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의 몇몇 곡예비행 조종사들에게, 조심스레 영어로 메시지를 적었다.
Hi! I’m a pilot from Korea and I really enjoy watching your aerobatic flights. You motivate me a lot. I’m dreaming of learning aerobatics someday. If you’re okay with it, I’d love to hear a bit about your journey and any advice for beginners. Thanks for reading — appreciate your time!
다섯 명에게 보냈지만, 오랫동안 아무런 답도 오지 않았다. 바쁠 테니 당연하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어쩌면 누군가 답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를 놓지 못했다. 그러던 중, 알림이 울렸다. 한 조종사가 답장을 보내왔다.
그는 차분하게 자신의 길을 이야기해 주었다. 먼저 파일럿 라이선스가 있어야 하고, 그다음에는 기본 곡예비행 등급을 취득해야 한다고 했다. 루프, 롤, 스핀, 스톨 턴과 같은 기본 기동을 익히고, 이후에는 훈련, 또 훈련, 그리고 더 많은 훈련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여정을 즐겨라. 결국 그것 때문에 곡예비행을 한다.” 그 말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I already have a private pilot license in Korea, and I’m planning to convert it. I’ll keep training and move forward step by step. Really appreciate your advice.
잠시 뒤 또 메시지가 왔다.
That’s great! I wish you luck and enjoy the rating!!
짧은 응원 한마디였지만, 마치 멀리서 조용히 등을 토닥여 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그리고 있는 미래가 조금 더 또렷해졌다. 나는 이미 자가용 조종사 면허를 가지고 있고, 언젠가는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서 면허 전환을 마친 뒤 곡예비행을 배울 수 있는 학교에서 교관으로 일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글라이더도 함께 다루며, 하늘을 더 넓게 경험해 보고 싶다. 국내에서는 안전 규정이 엄격하고 법적인 제약도 많지만, 해외에서는 배울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열려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계속 끌어당긴다.
무엇보다, 내가 상상하는 미래는 비행에서 점점 멀어져 관리와 행정 쪽으로만 이동하는 편안한 삶이 아니다. 나는 내 스승님처럼, 나이가 들어도 직접 하늘을 느끼며 비행을 즐기고 싶다. 그래서 비행 전용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고,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행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하늘을 좋아하는 방법’을 알려 주며, 동시에 나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 이 책을 쓰는 일 역시 그런 과정의 일부다. 글로 꿈을 그리다 보면, 막연했던 장면들이 점점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스승님은 아마도 내가 자신을 뛰어넘을까 봐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남겨 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안에 갇혀 있지 않다. 다른 길을 찾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며, 결국에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 세계에 닿고 싶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혼자 조종사가 되는 방법을 찾아 여기까지 왔듯이, 비록 중간에 포기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를 꿈에서 찾는다. 그 꿈은 비행이고,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나다운 비행은 곡예비행일 것이다.
아직 나는 곡예비행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원리, 구조, 훈련, 법규, 그리고 그 하늘에서 조종사들이 무엇을 느끼는지조차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브런치북은 전문가가 쓰는 설명서가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동경을 따라 한 걸음씩 걸어가며, 자료를 찾고, 이야기를 듣고, 그 과정 속에서 느낀 생각들을 차분히 기록하는 여정에 가깝다. 언젠가 정말로 곡예비행을 배우게 된다면, 이 글들은 그 길을 향해 걸어온 나의 과정, 그리고 내가 잃지 않고 싶었던 마음의 기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