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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50분

흐르는 시간이 너무 잔인해

by Isol



"몇 분 남았어?"

지수가 물었다. 목소리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50분."

민준이 짧게 대답했다.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지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50분이 지나면 민준은 다시 전쟁터로 향해야 했다.


지금까지 200여 명의 적군을 처리했기에 그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시간이었다.

지수의 눈에서 조급함과 불안함이 보였다.


민준은 그녀의 눈을 더 깊이 바라보았고, 그 안엔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곧 넘칠 것만 같은 감정의 물결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이제 5분 남았어."

지수가 다시 물었다. 이번엔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언제 돌아올 수 있어?"

"2년 뒤에."

벌써부터 민준을 데리러 온 그의 감독관은 준비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민준은 지수에게 마지막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다.

민준은 무엇이 그녀에게 더 좋은 것인지 헷갈렸다. 두 번 다시 그를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면 그녀를 붙잡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수는 민준의 마음을 읽은 듯, 말없이 그를 안아주었다. 민준은 한동안 그렇게 그녀의 온기 속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녀는 먼저 그의 품에서 벗어나 뒤돌아섰다. 천천히, 하지만 확고하게.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그는 생각했다. 돌아오고 싶다고.

그리고 결심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 LAST 50 MINUTES -


짧은 시간에 너를 안고,

너의 온기 느껴, 잠시라도.

이젠 떠나야 할 시간이야,

그저 널 바라보는 나.


흐르는 시간은 너무 잔인해,

네 손끝에서 멀어져 가는 나.


50분 남았어, 우리 둘 사이,

멈출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눈물이 나도, 잡을 수 없어,

내가 떠나야 해.


다시 널 만날 그날을 꿈꾸며,

두 손을 꼭 잡고 약속해.

하지만 알잖아, 그건 어렵단 걸,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해.


50분 남았어, 우리 둘 사이,

흩어져 가는 감정의 물결이.

떠나야 해도, 기억해 줘,

내가 너를 사랑했던 걸.


끝내 돌아서야 할 너의 모습이,

점점 작아져, 멀어져 가,

두 눈을 감고 기억할게,

우리 마지막 이 순간을.


내가 떠나야 해도,

마음속엔 너뿐이야.

마지막 50분, 그 기억 속에,

너를 영원히 담아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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