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영원하지 않아
그때는 영원할 것 같았던 감정들도 걸국엔
"헤어지자."
대영의 차가운 이별 선언이 진희의 귀에 꽂혔다.
"왜 우리가 헤어져야 돼?"
진희는 대영을 응시하며 되물었다. 대영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생겼어."
순간, 진희의 손이 그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찰싹!"
사랑한 시간에 비례한 분노가 손끝에서 퍼져나갔다.
3년의 시간 동안 행복한 순간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분명 함께 미래를 그려왔었다.
대영의 입에서 나온 그 한 마디가 진희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갑작스러운 이별 선언 앞에서 침착할 수 없었다.
모든 걸 다 걸었다. 진희는 대영과 함께한 3년 동안 그를 위해 헌신했고,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는 그녀의 지원 덕분에 대기업에 취업하여 안정적인 삶을 걷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가 떠난 후, 진희는 자신을 잃은 채로 길을 헤매었다. 이별 후 밀려온 감정의 소용돌이는 후회, 자책, 분노, 그리고 슬픔으로 채워졌다.
시간은 그 감정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더욱더 커지게 만들었다.
이별 후 3개월 동안 진희는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매일이 똑같았다.
아침이 오면 억지로 눈을 뜨고, 다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몸과 마음이 마비된 듯 무력했다. 그녀의 고통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보다 못한 그녀의 어머니가 날을 잡았다. 사랑하는 딸이 더 이상 무너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희야, 오늘은 우리 밖에 좀 나가자."
어머니는 밝은 목소리로 진희를 다독였다.
진희는 싫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어머니의 강한 손길에 이끌려 집을 나섰다. 그날, 어머니는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내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감정은 영원하지 않아."
어머니의 한 마디에 진희는 숨을 멈췄다. 여전히 대영을 증오하는 마음이 그녀의 가슴에 남아 있었기에, 어머니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고통스러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더라. 네가 처음 태어났을 때 정말 기뻤고, 네가 아팠을 때 정말 슬펐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 너희 아버지가 하늘로 갔을 때, 그땐 엄마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았어."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고요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제는 알겠어. 그때는 영원할 것 같았던 감정들도 결국 사라지더라."
진희는 어머니의 말속에서 그녀의 진심을 느꼈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깊은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무뎌질 수 있을 거라는 희미한 희망이 생겼다.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났을 그때의 어머니와 지금의 모습은 많이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녀의 마음에 작은 빛이 될 것 같았다.
"너는 엄마가 겪었던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알게 될 거야. 지금의 감정이 언젠가 흐려진다는 걸." 어머니는 따뜻한 손길로 진희의 손을 감싸주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감정은 영원하지 않으니, 그녀도 언젠가는 다시 웃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