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 어드벤처'와 코미디의 괴이한 결합

영화 '차우'

by 무덤덤

포름알데히드의 무단 방류로 인한 돌연변이 괴생물체가 어쩌다 접한 사람고기의 맛을 못 잊고 한강 둔치를 점령해 버린지 3년. 무분별한 수렵과 지나친 개발에 의한 숲의 파괴로 먹을 거리가 사라지자 결국 사람고기를 탐하는 변종 식인 멧돼지가 등장했다.


영화 ‘차우’는 예고편만 보면 한국 최대 관객수를 자랑하는 영화 ‘괴물’에 이어 괴수영화의 명맥을 이을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이라 할만하다. 영화 제목 앞에는 ‘리얼 괴수 어드벤처’라는 어마어마한 홍보문구가 붙었고 거대 식인 멧돼지를 표현할 컴퓨터 그래픽 담당으로 할리우드 쪽 스태프를 데려온 것이나 미국 현지 로케이션을 감행한 것 등 물리적인 투입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작 공개된 영화는 ‘괴수 어드벤처’라 불리기에는 그 스펙터클함이 다소 약하다. 기대했던 식인 멧돼지의 분노의 액션은 생각보다 그 비중이 매우 적었고 영화의 매력은 의외의 지점에서 나온다.

일단 멧돼지가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파먹는 첫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시골 경찰들의 어수룩한 액션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싶더니 점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 같이 어설프고 약간 모자라다. 경찰들은 현장의 가파른 언덕에서 나뒹굴고 형사는 남의 담뱃갑이나 일회용 라이타를 슬쩍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고 시치미를 떼며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포수 백만배는 자신의 애견과 알 수 없는 언어로 마음의 대화를 나눈다.


이 엉뚱하고 괴상한 코미디적 설정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전의 다른 어떤 영화가 떠오른다. 바로 ‘시실리 2km’다. 코미디와 공포를 기묘하게 접목한 이 변종 영화처럼 영화 ‘차우’ 역시 ‘괴수 어드벤처’와 코미디가 괴이하게 결합돼 있다. 알고 보니 ‘차우’의 신정원 감독의 전작이 다름 아닌 ‘시실리 2km’다.

확실히 영화 ‘차우’는 기대했던 ‘괴수 어드벤처’ 영화는 아니다. 그저 ‘식인 멧돼지의 시골 마을 공습’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색다른 감성의 코미디 영화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괴수영화의 계보를 섭렵하겠다는 각오로 이 영화를 관람하려는 관객들은 실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괴수영화로서 영화 ‘차우’는 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수준 이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실리 2km’ 같은 약간 변종의 코미디 감성을 흥미롭게 지켜봤다면 영화 ‘차우’ 역시 그와 비슷한 종류의 이색적인 코미디 감성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정말 의외의 지점에서 관객들을 웃기게 만든다. 영화 속 아주 사소한 캐릭터 하나도 그냥 보아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가 디테일하고 신선하다. 영화 ‘차우’를 보기 전 관객들은 놀랄 준비일랑 하지 말고 웃을 준비부터 단단히 해야 하겠다.


제목 : 차우 (200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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