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집착하는 한 가지는 있다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

by 무덤덤

사고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죽으려고 기를 쓴지도 벌써 3년. 병희(박희순)가 죽지 못해 살아왔던 치욕의 삶을 마감하려 마침내 그의 집에서 목을 맸고 숨이 넘어가기 직전, 어떤 수상한 여자가 뻔뻔스럽게 다가왔다. ‘다녀왔습니다’라면서.

이번에도 못 죽은 병희는 45kg도 안 되는 수강(강혜정)에게 꼼짝없이 두 손이 묶였고 억울함과 황당함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렇게 묻는다. ‘우리집에 왜 왔니?’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병희와 수강, 독특한 두 캐릭터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를 다소 엽기적인 코드가 가미된 발랄한 코미디로 만든다. 하지만 겉포장은 통통 튀고 발랄해 보일 지언정 담겨진 이야기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잔인하고 혹독하다.


산 중턱에 혼자 산다는 이유로 ‘미친년’ 소리나 듣는 외톨이 수강. 그녀를 바라봐 준 유일한 사람, 지민(승리)은 수강에게 있어서 하나뿐인 운명공동체였고 그녀는 그런 지민에게 집착해 10년에 걸쳐 집요하게 그의 뒤를 밟는다. 그러는 10년 동안 수강이 겪은 모진 세파는 싸구려 신파 소설 속 사연보다 더욱 아프다.


완벽한 삶 속에서 안전하게 살며 세상의 그늘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던 병희. 그는 가장 행복해야 할 날 어이 없는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죄책감에 죽기만을 죽도록 바라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 병희와 수강은 정상적이고 안전한 삶 밖으로 철저하게 내쳐진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길 가다 보이는 그 흔한 호빵 하나를 사 먹는 것도 감지덕지하는 호사에 속한다. 몸을 깨끗이 씻는 일조차 너무도 큰 행복인 것만 같아 겁에 질려 ‘엉엉’ 울음을 쏟아낸다.


그런 그들에게 정상적으로 사랑을 주고 받는 행위는 수강의 말대로 기적일 뿐이다. 병희는 확률상 제로에 가까운 기적을 바라느니 죽음에 집착했고 수강은 기적을 기다리다간 늙어 죽을 것만 같아서 그렇게 ‘미친년’처럼 지민에게 집착했다.


그러나 사랑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병희와 수강뿐만이 아니다. 병희와 수강에게 닥친 혹독한 시련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평범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기적이 아니면 이뤄지지 않을 간절한 소망이 있다. 그래서 그 소망에 대해 집착하기도 하고 포기하고도 하며 그로 인해 행복과 불행의 간극을 쉴 새 없이 오간다.

병희와 수강이 처해 있는 이 상황은 매우 독특해 보이지만 ‘보통의 사랑’을 갈구하는 그들의 몸부림엔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인물과의 공감대가 캐릭터를 귀엽고 앙증맞게 소화해준 배우들의 덤덤한 연기로 조금은 편안하게 이루어져 다행스럽다. (2009년 4월 작성)


제목 : 우리 집에 왜 왔니 (2009, 대한민국)

OTT : 티빙, 웨이브,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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