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
스파이더맨이 일단 본가로 돌아왔다. 소니의 아량으로 마침내 마블에 맡겨진 스파이더맨이 10대 소년으로 회춘했다. 그리고 이 '캐발랄'한 스파이더맨은 '캡틴 아메라카 :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을 도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더니 드디어 '리부트'되어 '홈커밍'으로 새 시리즈를 출발했다.
주인공이 16세 혈기왕성한 학생이라는 것은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마블에서 스파이더맨의 또 다른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니가 도중에 도로 가져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미 5편의 영화를 통해서 두 명의 선배 스파이더맨이 눈부신 활약을 펼친 바 있었으니, 고등학교 2학년생 스파이더맨은 새삼스레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넣어두시길. 스파이더맨은 이제 곧 어벤져스에 풋풋한 막내로 합류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몇 번이나 지구의 멸망을 막아낸 어벤져스의 일원이 된다는 건 히어로로 태어난 가장 큰 보람 아니겠는가. 히어로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하지만 새파랗게 어린 피터 파커에게 어벤져스에 합류할 수 있는 영광을 사탕 주듯이 '턱' 줄 수는 없을 터. 나름 통과해야 할 관문이 있다. 영웅으로서의 자기 소신을 갖추는 것. 피터가 막강한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을 자격을 가지려면 말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영웅심리에 도취된 철 없는 아이, 피터 파커가 조금 겸손해지는 이야기다. 보통 부모가 하는 가이드 역할은 뜻밖에도 난봉꾼 토니 스타크가 맡았으니 토니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었겠으나 과연 마블다운 짓궂은 설정이다.
허나 틴에이저 무비의 발랄한 감성을 듬뿍 담고 있다 하여 이 영화가 보여주는 스펙터클이 약하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토니 스타크가 만들어준 스파이더맨 수트의 압도적인 성능에 상응하는 고난이도의 액션 상황이 펼쳐진다. 특히 워싱턴 기념탑에서 곧 추락할 엘리베이터에 갇힌 친구들을 구하는 시퀀스가 인상적이다. 굉장히 뾰족한 모양의 이 기념탑 꼭대기에서 스파이더맨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은, 엄청난 높이감이 부각되는 카메라 앵글 때문에 무척 짜릿하다. 아마 고소공포증이 있는 관객이라면 보기 힘들 수 있다.
또 한 가지의 액션신을 꼽자면 유람선이 둘로 쪼개지는 상황을 어떻게든 막아내려는 어린 스파이더맨의 고군분투 장면이다. 벌처와 혈투 끝에 졸지에 시민들이 위험에 빠지는 장면인데 큰 배를 휘감아 도는 카메라 앵글도 역동적인 데다, 둘로 쪼개지는 배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카메라에 혼이 쏙 빠질 지경이다.
마지막 클라이막스 액션을 포함한 또다른 액션 시퀀스들이 곳곳에 다수 포진해 있어 틴에이저 무비임과 동시에 액션영화로서의 소명도 충실히 해낸다. 대략 두번 정도 양념처럼 등장하는 아이언맨 수트의 위력을 추가로 감상하는 기회도 있으니 거의 완벽한 상업영화라 할 만하다.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각종 최첨단 장비를 구축해서 지구적인 재앙을 주로 다루는 어벤져스의 감당 못할 방대한 스토리에 비하면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 다루는 이슈는 친생활적이다. 피터 파커의 생활은 여전히 그야말로 미국 소시민의 대표적 모습이다. '홈커밍'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점은 악당마저 생계형이라는 것.
에이드리언 툼즈(마이클 키튼)는 뉴욕에 널린 외계물질을 처리하는 일을 했었는데, 도중에 대기업(스타크 기업)이 끼어들면서 업무에서 배제되고 만다. 이에 앙심을 품고 외계 물질을 빼돌려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밀매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홈커밍'의 빌런(악당), 벌쳐는 대기업의 횡포로 생계를 위협받은 소상공인 출신인 것이다. '버드맨'의 한물 간 슈퍼히어로였던 마이클 키튼은 '버드맨'과 비슷한 코스튬을 장착하고 미워할 수 없는 악당으로 돌아왔다.
벌쳐는 가족을 풍족하게 먹여 살리려고 스타크社의 물건을 중간에 빼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이를 스파이더맨이 막는다. 마블의 세계가 우주까지 뻗쳐가는 마당에 '홈커밍'에서 다루는 사건은 소소하기 그지 없다. 중간 중간 깨알 같이 튀어나오는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도 적지 않아서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서 무게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영화를 통해서 피터 파커는 스타크에서 만든 최첨단 수트를 입을 자격을 얻는다. 영웅심리에 도취된 철딱서니 없는 10대 소년이, 결국 유명세를 거부하고 그냥 서민으로 돌아가길 택하는 기특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십대 소년이 철이 든다는 것은 그 어떤 우주적인 스토리보다도 더 대단할 수 있는 이야기다.
친생활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하여 이 영화를 나도 모르게 약간 폄하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불공평한 판단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일단 그 어떤 마블 영화 못지 않게 무척 재미있다. 또한 아이언맨을 뒤 이을지도 모르는 어벤져스의 핵심 멤버로 대성할 만한 스파이더맨의 첫 성장담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렇게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에 합류할 수 있는 1단계 테스트를 통과했다. (2017년 7월 작성)
제목 - 스파이더맨 : 홈커밍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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