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근무일. 시무식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본사와 달리 현장은 주말까지 작업을 멈췄다. 아이들에게 다녀온 휴가일만큼 당직을 서야 하고 어차피 아내는 아직 아이들에게서 돌아오지 않은 터라 적막하기 짝이 없는 현장에서 연말연시를 오붓하게 보내고 있다.
숙소로 쓰는 펜션은 경치도 기가 막히고 시설도 어디에 빠지지 않는데 이상하리만치 손님이 없다. 조용하니 좋기는 한데 손님이 이렇게 적어서 유지가 제대로 되려는지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지난여름 휴가 때도 그렇더니 신년 해돋이 손님이 몰려야 할 어제도 다르지 않았다. 해돋이 명소로 이만한 곳도 찾기 어려운데.
연말을 앞두고 일어난 소용돌이와 참사로 한 해를 우울하게 마무리해야 했다. 나로서는 감사할 일이 넘치는 한 해였는데, 감사기도 하는 것조차 염치없는 짓으로 느껴졌다. 새해 새날이 시작되었다고는 해도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소용돌이 때문에 마음이 몹시 무겁다. 언제쯤이나 내 걱정만 하면 되는 날이 오려는지.
늘 그랬듯이 성경 쓰기로 일과를 시작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놀랍지 않은가. 어떻게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 수 있을까. 참담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고백했던 바로 그 말씀이 한 해를 여는 첫 번째 성경 쓰기 말씀이라니.
그래, 그렇게 또 한 해를 시작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