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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5.02.21 (금)

by 박인식

언제부턴가 피자가 먹고 싶었다. 몇 달 전에 어느 분이 맛있는 피자집을 찾았다며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굳이 지도에 저장까지 해놓았는데, 좀처럼 갈 기회가 없었다. 아내에게 주말에 피자 먹으러 가자고 하니 어머니와 점심 먹는 날이라면서 오늘 가자고 했다. 홍대입구역에서 만나 경의선 숲길을 이십 분 남짓 걸었다.


십 년 넘게 아랍에 살았어도 아랍 음식은 별로 당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나 아랍 음식을 먹었지, 아랍 식당을 일부러 찾은 일은 없었다. 고작 외식이라고 찾은 게 피자와 파스타였다. 아랍 빵도 화덕에 구워내는 것이어서 같은 화덕에 굽는 피자도 어지간한 수준은 넘었다. 하지만 파스타는 뭐 그다지. 조개가 들어가는 봉골레 파스타 하는 집은 끝내 찾지 못했다.


서강대 앞 ‘피제리아 더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생각지도 않은 봉골레 파스타도 맛보고. 프랜차이즈 피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맛이 살아있었다. 피자 도우 역시 얄팍하니 아주 훌륭했고. 맥주 한 잔씩 곁들인 훌륭한 만찬이었다.


나오면서 문득 오래전에 아내와 금요일 저녁 시간 보낸 게 생각났다. 아내는 유독 금요일에 모임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내 퇴근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오려면 늘 중간에 일어서야 했다.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고 그러면 아예 밖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들어오자고 했다. 저녁만 먹고 들어오기는 섭섭해서 공연이나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그것이 꽤 오랫동안 금요일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극장에서 영화 보고, 대학로에서 연극이나 공연 보고, 그것도 없으면 ‘천년동안도’에서 재즈 듣다 오곤 했다.


귀국하고 나서 예전의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퇴근할 일이 없으니 금요일 루틴이 아예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지. 지난 몇 달 현장 근무할 때는 집에 돌아오기 바빴고. 이제 퇴근하는 삶으로 돌아온 김에 금요일 루틴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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